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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엔 선비의 풍류 빼곡 … 근심도 흘러가라

입력 : 2014-10-09 22:00:15 수정 : 2014-10-09 22: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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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의 명소 수승대·월성계곡 흔히 ‘산고수장(山高水長)’, 즉 산은 높이 솟고 물은 길게 흐르는 땅이라고 불리는 거창의 으뜸 명소라면 단연 수승대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해 이곳에서 구연(龜淵)이라는 맑은 소를 이루는 위천의 물줄기는 다시 너럭바위를 넘고 거북바위를 적시며 비경을 빚어낸다.

명승 53호로 지정된 수승대의 원래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역이었다. 여기서 쇠락해가던 백제가 신라로 가는 사신을 근심하며 보냈다고 해서 ‘근심 수’(愁)에 ‘보낼 송’(送)자를 썼다. 그러다 1543년 유람차 거창 일대를 찾은 퇴계 이황이 이 내력을 듣고는 ‘절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시를 지어 바꿔 부른 이름이 수승대(搜勝臺)다. 퇴계는 그러나 급한 정무로 상경했고, 생전에 한번도 이곳을 직접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높이 10m의 거대한 바위인 수승대는 거북 형상이어서 구연대(龜淵臺) 또는 암구대(岩龜臺)라고도 불린다. 수승대는 사면에 한시와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위천의 물줄기가 흐르는 수승대는 예나 지금이나 거창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요수정과 관수루에 앉아 수승대의 맑은 물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소나무 숲속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면 절로 마음이 청아해진다.
수승대는 구연서원의 관수루와 요수정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수승대 입구에 자리한 구연서원의 문루인 관수루는 그 현판의 의미를 새겨볼 만하다. 물을 본다는 뜻의 ‘관수’(觀水)는 맹자의 ‘반드시 물의 흐름을 봐야 한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다음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말에서 인용한 것이다. 모름지기 군자의 학문은 이와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요수정은 위천 건너편 언덕 위에 서 있는 정자로, 바로 앞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낙락장송 두 그루와 함께 빚어내는 정취가 일품이다. 청명한 가을날 요수정에서 수승대를 바라보노라면 맑은 물소리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하다. 수승대 일대에는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어, 이즈음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승대에서 위천 상류로 올라가면 ‘거창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성계곡에 이른다. 바위 위에 들어선 정자인 용암정을 지나면 강선대와 모암정을 만난다. 물길을 따라 북상면으로 올라가면 하얀 반석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는 분설담이 있고, 그 상류에는 월성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이 펼쳐지는 사선대가 있다. 커다란 바위 네 개가 시루떡처럼 포개져 있는 사선대는 구한말 의친왕 강이 머물며 의병의 근거지로 삼으려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빨치산이 몸을 씻었다는 유안청폭포.
거창에서 트레킹 코스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금원산(1353m)이다. 금원산 휴양림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길은 유안청계곡과 지재미골로 갈린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두 계곡은 각기 특색 있는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유안청계곡의 명소는 유안청폭포다. 유안청폭포는 두 개인데, 먼저 만나는 것은 비스듬히 누운 와폭이다. 와폭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우람한 직폭이 자리하고 있다. 이태가 쓴 ‘남부군’에는 빨치산 500여명이 계곡에서 알몸으로 목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유안청폭포가 바로 그곳이다.

우리 땅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
지재미골로 오르면 골짜기 입구에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턱 버티고 서 있다. 우리 땅에서 단일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다. 문바위 뒤쪽 암벽 사이로 난 108개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그 끝에 천연 바위굴이 있고, 그 안에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530호)이 자리하고 있다. 금원산의 유안청폭포에서 가섭사지 불상까지만 왔다 가도 가을 숲의 맑은 기운을 가슴에 가득 담아올 수 있다.

거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55)=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무주나들목으로 나와 37번 국도를 타면 수승대에 이른다. 수승대 바로 앞 ‘황산고가마을’(940-3430)에서 한옥 민박체험을 할 수 있다. 요즘은 여러 고택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사전에 확인을 해 보는 게 좋겠다. ‘금원산 자연휴양림’(254-3971)에는 29개의 침실이 있으며,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읍내에 ‘엔터 모텔’(943-5883) 등 모텔이 여럿이다. 거창의 먹을거리로는 민물고기로 끓여내는 어탕국수를 꼽을 수 있는데, 거창읍의 ‘구구식당’(942-7496)이 널리 알려져 있다. 추어탕집도 많은데 ‘거창추어탕’(943-0302)이 유명하고, 수승대 인근 ‘정가네 오가네’(943-9815)의 음식도 깔끔하다. 갈비찜과 갈비탕을 내는 거창읍의 ‘삼산이수’(942-1844)도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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