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53호로 지정된 수승대의 원래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역이었다. 여기서 쇠락해가던 백제가 신라로 가는 사신을 근심하며 보냈다고 해서 ‘근심 수’(愁)에 ‘보낼 송’(送)자를 썼다. 그러다 1543년 유람차 거창 일대를 찾은 퇴계 이황이 이 내력을 듣고는 ‘절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시를 지어 바꿔 부른 이름이 수승대(搜勝臺)다. 퇴계는 그러나 급한 정무로 상경했고, 생전에 한번도 이곳을 직접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높이 10m의 거대한 바위인 수승대는 거북 형상이어서 구연대(龜淵臺) 또는 암구대(岩龜臺)라고도 불린다. 수승대는 사면에 한시와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위천의 물줄기가 흐르는 수승대는 예나 지금이나 거창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요수정과 관수루에 앉아 수승대의 맑은 물소리에 귀 기울이거나 소나무 숲속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면 절로 마음이 청아해진다. |
요수정은 위천 건너편 언덕 위에 서 있는 정자로, 바로 앞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낙락장송 두 그루와 함께 빚어내는 정취가 일품이다. 청명한 가을날 요수정에서 수승대를 바라보노라면 맑은 물소리에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듯하다. 수승대 일대에는 물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어, 이즈음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승대에서 위천 상류로 올라가면 ‘거창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성계곡에 이른다. 바위 위에 들어선 정자인 용암정을 지나면 강선대와 모암정을 만난다. 물길을 따라 북상면으로 올라가면 하얀 반석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다는 분설담이 있고, 그 상류에는 월성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이 펼쳐지는 사선대가 있다. 커다란 바위 네 개가 시루떡처럼 포개져 있는 사선대는 구한말 의친왕 강이 머물며 의병의 근거지로 삼으려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빨치산이 몸을 씻었다는 유안청폭포. |
우리 땅에서 단일 바위로는 가장 크다는 문바위. |
거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55)=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무주나들목으로 나와 37번 국도를 타면 수승대에 이른다. 수승대 바로 앞 ‘황산고가마을’(940-3430)에서 한옥 민박체험을 할 수 있다. 요즘은 여러 고택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사전에 확인을 해 보는 게 좋겠다. ‘금원산 자연휴양림’(254-3971)에는 29개의 침실이 있으며,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읍내에 ‘엔터 모텔’(943-5883) 등 모텔이 여럿이다. 거창의 먹을거리로는 민물고기로 끓여내는 어탕국수를 꼽을 수 있는데, 거창읍의 ‘구구식당’(942-7496)이 널리 알려져 있다. 추어탕집도 많은데 ‘거창추어탕’(943-0302)이 유명하고, 수승대 인근 ‘정가네 오가네’(943-9815)의 음식도 깔끔하다. 갈비찜과 갈비탕을 내는 거창읍의 ‘삼산이수’(942-1844)도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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