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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가 묻는다… “제대로 살아왔나”

입력 : 2014-10-14 20:24:23 수정 : 2014-10-14 20: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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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영재 15일부터 전시회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우리는 시간에 쫓겨 그저 떠밀려 가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진정 소중한 것들이 가까이 있는 소소한 것들이란 것을 알아갈 즈음엔 ‘이미 늦었음’을 한탄하게 된다. 어느날 훌쩍 길을 떠나 스치는 풍경에서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가족과 거기 그냥 있었던 풍광이 오버랩되면서 “내가 제대로 살아왔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사진작가 김영재(67·사진)도 그렇게 길을 떠났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끼고 뻗어 있는 7번 국도에서 그는 자신의 심상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4년여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100여번 정도 길을 오가며 만난 바다는 제게 ‘무욕의 안식처’가 됐습니다. 저의 모든 잡생각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어요. 카메라 렌즈는 그 통로가 돼 주었습니다.”

그는 바다가 성나고 험한 파도의 아우성에선 우주의 소리를 들었다. 잔잔한 물결엔 마음을 내려 놓았다. 사진 속 풍경은 모두가 놀랄 정도로 부드럽고 평온하고 서정적이다. 마치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부드러운 안개나 산봉우리를 감싼 구름 같다. 눈에 보이는 대로의 바다가 아니다. 조화로운 우주적 질서인 ‘평화’를 담은 셈이다.

“파도 소리가 산사의 목탁소리처럼 다가왔어요. 저는 카메라를 화두 삼아 참선하는 스님처럼 7번국도를 산사의 탑돌이하듯 돌았어요”

그는 세상의 빠름에서 벗어나 느림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제서야 그는 시간을 손아귀에 넣고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됐다. 작업방식도 장노출 흑백작업이다. 

‘7번국도를 지나면’(2014년)
“가정이나 직장이나 모두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이젠 우리도 성적과 실적 지상주의 속에 가려진 이면들을 바라볼 때가 됐습니다. 제 사진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37년째 사진을 찍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흑백사진은 마치 노스님의 장삼을 보는 듯하다. 15일∼20일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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