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번 정도 길을 오가며 만난 바다는 제게 ‘무욕의 안식처’가 됐습니다. 저의 모든 잡생각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어요. 카메라 렌즈는 그 통로가 돼 주었습니다.”
그는 바다가 성나고 험한 파도의 아우성에선 우주의 소리를 들었다. 잔잔한 물결엔 마음을 내려 놓았다. 사진 속 풍경은 모두가 놀랄 정도로 부드럽고 평온하고 서정적이다. 마치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부드러운 안개나 산봉우리를 감싼 구름 같다. 눈에 보이는 대로의 바다가 아니다. 조화로운 우주적 질서인 ‘평화’를 담은 셈이다.
“파도 소리가 산사의 목탁소리처럼 다가왔어요. 저는 카메라를 화두 삼아 참선하는 스님처럼 7번국도를 산사의 탑돌이하듯 돌았어요”
그는 세상의 빠름에서 벗어나 느림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제서야 그는 시간을 손아귀에 넣고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됐다. 작업방식도 장노출 흑백작업이다.
‘7번국도를 지나면’(2014년) |
37년째 사진을 찍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흑백사진은 마치 노스님의 장삼을 보는 듯하다. 15일∼20일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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