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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네덜란드왕 ‘쓴소리’, 일왕과 아베 총리는 어찌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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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31 21:40:25 수정 : 2014-10-31 21: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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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범죄를 반성하지 않은 일본에 대한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을 방문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아키히토 일왕의 면전에서 일침을 가했다.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은 엊그제 도쿄 왕궁에서 열린 만찬 답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민간인과 병사가 체험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잊을 수도 없다”고 했다. “전쟁의 상처는 지금도 많은 사람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희생자의 슬픔은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자부심에 상처받은 기억은 여러 사람의 생활에 상흔으로 남아 있다”며 “화해의 토대는 서로 겪은 고통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만찬에는 일왕과 아베 신조 총리 등 두 나라 인사 163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이달 초 일본기자를 모아놓고 “2차 대전 중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문제가 강제매춘이라는 것에는 어떤 의심도 없다”고 했다. 네덜란드 국왕의 말은 일본군위안부와 10만명이 넘는 네덜란드군 포로와 민간인에 대한 지적이다.

일본의 최고 지도자들은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의 말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해진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지는 않았는가. 네덜란드는 일본과 가까운 나라다. 400년 넘는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다. 네덜란드의 국왕이 이런 말을 하니 일본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는 불문가지의 일 아니겠는가.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학술단체인 역사학연구회도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낸 성명을 통해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깊이 관여하고 실행했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 견해대로 이해한다면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를 세계에 알리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했다. 잘못된 역사 인식을 꾸짖는 일본 지식인들의 양심의 소리다.

아베 정부에는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반대 길을 가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그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반박하기 위한 특위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전파하는 방안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침략 전쟁에서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 책임을 부정하려는 속셈은 너무도 뻔하다. 과거사 부정을 통해 극우 여론의 지지를 얻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나타난다.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본’을 각인시키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쓴소리를 새겨듣고,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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