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종택의新온고지신] 오무은호이(吾無隱乎爾)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입력 : 2014-11-12 21:03:26 수정 : 2014-11-12 21:03: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원전 6세기. 노(魯)나라를 주 무대로 한 ‘공자학원’에서 스승과 제자 간의 도타운 정의(情誼)는 마치 인간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동양휴머니즘의 진수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제 간 서로 배려해주는 기본적인 인간의 마음가짐은 불후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 ‘논어’를 펼쳐보자.

스승 공자가 생명시한 인(仁)에 대해서 제자 안연이 물었다. 공자는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克己復禮爲仁)”라며 “인을 이룸에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요, 어찌 남으로부터 시작되기야 하겠느냐(爲仁 由己而由人乎哉)”고 강조했다. 안연은 구체적인 사례를 듣고 싶어 다시 “자세히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請問其目)”라고 말씀을 드렸다. 공자는 이렇게 일러주었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도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行).”

안연이 공손히 말했다. “제가 비록 어리석고 재빠르지 못하나 이 말씀을 실천하겠사옵니다(回雖不敏 請事斯語矣).”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스승과 제자 사이의 훈훈한 대화인가! 스승의 철학에 관한 제자의 질문에 스승은 친절히 답해주고, 더 깊은 물음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자 이를 명심하고 실천하겠다는 제자의 다짐은 한 편의 드라마 같지 않은가.

대학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저지르는 횡포가 개인의 일탈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5.5%가 언어·신체·성적 폭력, 차별,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 등의 부당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승이기를 포기한 ‘사도(師道) 실종’이라고 하겠다. 스승의 길에 대해 공자의 말은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나는 감춘 것이 하나도 없다. 너희들에게 무슨 행동이건 보여주지 않은 것이 없다(吾無隱乎爾 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吾無隱乎爾 : ‘나는 너희에게 감춘 게 없다는 내용으로서 참된 스승의 모습’을 뜻함.

吾 나 오, 無 없을 무, 隱 숨을 은, 乎 어조사 호, 爾 너 이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