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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거지무권(居之無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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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9 22:37:34 수정 : 2014-11-19 22: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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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책무는 무엇일까.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법가(法家) ‘한비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안 입고 안 먹으면 어떻게 살며(無衣不食何存命), 법술을 온전히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나?(法術非全何可政).”

위정자는 백성의 풍요로운 삶을 돌보며, 이를 위해 시의적절한 법안을 마련해야만 나라가 제대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국회가 국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376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올해는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달 말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12월1일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여야가 충실한 심의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지키려면 일분일초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지금은 경제 불씨를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현재 우리는 간판 제조업이 추락하고 소비·투자가 줄어 실물경제가 말이 아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일본의 2차 양적완화 공습으로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금리 인상도 준비해야 한다. 국내외 도전이 만만찮다. 정치인들이 성실한 자세로 행정부와 기업의 경제살리기 노력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당대는 물론 후대에 ‘19대 국회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잘했다’는 평가를 듣는 기회일 것이다.

‘논어’에 소개된 공자와 제자 자장의 대화를 경청해보자. 자장이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자리에 있거든 게을리하지 말고, 일을 행하게 되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居之無倦 行之以忠).”

물론 한정된 가용예산을 적절하게 지출토록 하는 법안도 제때 제대로 마련하는 일 또한 정치인 몫이다. 한비자는 또다시 강조했잖는가. “법규가 없으면 공직자와 백성이 혼란을 일으키고(無法臣民作亂場), 올바른 정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직자가 군주의 눈을 가린다(有宮無術群臣盛).”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居之無倦 : ‘자리에 있거든 게을리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뜻.

居 살 거, 之 갈 지, 無 없을 무, 倦 게으를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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