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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공인인증서 필수…"국가장학금 신청 힘드네"

입력 : 2014-11-26 19:40:51 수정 : 2014-11-27 0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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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원 정보제공 동의수단 한정
장학재단 “다른방법 없다” 배짱
“국가장학금 신청이 너무 불편하고 번거로워졌어요.”

대학생 김모(21·여)씨는 2015학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번 신청부터 부모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정보제공 동의를 해야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에서 농사를 짓는 김씨 부모는 공인인증서가 없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부모가 차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은행에 다녀와야 한다. 은행만 다녀온다고 끝이 아니다. 은행 홈페이지에서 보안카드를 이용해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김씨의 부모는 컴퓨터 사용법을 몰라서 김씨가 대신 해줘야 하는데 학기 중에 집에 내려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장학금 심사 시 정보제공 동의가 공인인증서 인증 한 가지밖에 없어 학생과 가족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공인인증서 폐지 추세 등을 감안해 다른 동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정부학자금지원 가구원 동의’는 2015학년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두 달 동안 사전 동의를 받는데, 30여만명이 동의했다. 국가장학금 신청을 한 학기에 130만∼140만명이 하는 것을 감안하면 25% 정도 동의가 완료된 것이다. 지난 20일 시작한 국가장학금 신청은 다음달 8일까지고, 가구원 동의는 11일까지다.

가구원 동의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일부 고소득자의 장학금 수혜를 막기 위함이다. 그동안 장학금 심사 때 건강보험료 자료만 활용해 신청자 가구의 정확한 소득 수준을 파악할 수 없어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 장학금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가구원 동의를 받아 사회보장정보시스템(정부부처 복지대상자 선정 등에 활용되는 시스템)을 통해 금융재산·부채 등을 파악해 심사한다. 

좋은 취지의 제도임에도 학생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는 동의 방법이 공인인증서를 활용한 한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연락이 안 되는 등의 특수한 경우만 서면동의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는 당사자가 은행에 직접 가서 인터넷뱅킹을 신청한 뒤 받은 보안카드를 이용해 은행 홈페이지에서 발급받아야 한다. 인터넷뱅킹을 해본 적이 없고 인터넷 사용이 서툰 중·장년층에게는 까다로운 절차다.

조부모가정 등은 가구원이 고령이라 은행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은행이 멀리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동의 기간이 학기 중이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와 함께 은행에 가려고 해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인인증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규제로 지적하면서 의무사용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앞으로 없어질 가능성이 큰 공인인증서를 장학금 신청만을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대학생 최모(22)씨는 “어머니는 남양주에서 영등포로 출퇴근하고 아버지는 일용직이라 매일 출근하는 곳이 바뀐다”며 “은행 업무를 따로 볼 여유가 없는데도 시스템을 어렵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25)씨는 “맞벌이하시는 부모는 연말이라 한창 바쁠 시기인데 직접 은행 가서 인터넷뱅킹 신청하고 공인인증서까지 만들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서면 동의가 가능하도록 하면 인력과 예산이 많이 든다”며 “공인인증서 외 다른 방법을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오현태·최형창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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