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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빛깔의 카카오 열매, ‘달콤한 초콜릿’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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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4 21:53:13 수정 : 2014-12-22 17: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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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39〉시바오 지역의 카카오 농장
도미니카공화국은 현재 몇 개의 주로 나뉘어 있지만, 예전에는 크게 세 지역으로 구분했었다. 수도가 있는 산토도밍고 지역과 동부지역, 그리고 ‘시바오(Cibao)’ 지역이다. 시바오는 지금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처음에는 시바오에 대해 잘 몰라 도시 이름인 줄만 알았다.

중북부 지역이 시바오를 뜻하며, 시바오는 자원이 많아서 경제가 발달했다. 시바오에는 농장도 많아, 이 나라의 대부분 물자가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길을 가다 치킨집에 시바오라고 적혀 있는 간판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집을 여러 번 봐서 처음에는 시바오가 브랜드 이름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시바오 지역 농장에서 가져온 닭이고, 시바오 닭이 아주 유명하단다. 시바오 출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부분 노인이다. 지금은 시바오라는 말보다는 주 이름을 얘기하거나 도시 이름을 얘기한다. 그러나 아직도 노인들은 시바오가 잘나가던 때를 떠올리며 그곳 출신임을 한껏 자랑한다. 

담배, 커피, 초콜릿 농장이 바로 시바오에 있다. 산티아고에 온 김에 농장을 가보기로 작정하고 나섰다. 산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 널리 분포된 농장으로 향했다. 산티아고에서 가깝다. 시가 농장과 커피 농장은 많이 가봐서 카카오 농장으로 향했다. 초콜릿을 만드는 원료인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장이 어떨지 궁금했다. ‘카카오는 어떻게 생긴 열매이며, 어떻게 초콜릿으로 만들어 질까?’

지나가는 길에 농장처럼 보이는 곳이 별로 없었다. 무수한 나무가 어디를 가든 흔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그런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는 도로변에 낮은 철장으로 둘러처져 다른 곳과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대부분이 다 농장이란다. 농장 입구에 작은 집 하나가 있다. 농장 주인이 나와서 인사하고 카카오를 보여준다. 카카오는 기다란 열매로, 익으면 붉은빛으로 변한다. 따놓은 열매를 잘라서 씨앗을 보여줬다. 전혀 초콜릿 향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커피도 열매에서는 커피 향이 나지 않지만, 농장에서 생두를 볶기 때문에 커피 향이 진하게 난다.

카카오나무에 매달린 열매가 익어 가고 있다.
그러나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를 키우는 농장에는 초콜릿이 전혀 없다. 나중에 들른 공장에서 그 이유를 알았다. 카카오 씨앗을 말린 후 공장 기계에 넣고 분리과정을 거쳐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데, 그때는 쓴맛만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는 쓴맛이 나는데, 그 맛이 초콜릿에서 느껴지는 쓴맛이다. 카카오 메스 100%라고 명시된 초콜릿이 이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다른 첨가물을 넣으면 다크, 화이트, 밀크 등 여러 종류의 초콜릿이 된다.

농장 안에는 나무가 제멋대로 자라고 있다. 어떤 나무는 한참 올려다볼 만큼 크고, 어떤 나무는 내 키보다 작았다. 일정한 크기로 키우는 농장에 익숙했던 내가 신기해하니, 농장 주인은 갓 돋아난 새싹도 보여줬다. 자연 그대로 키우는 농장이다. 그래서 어떤 나무는 빨갛게 익은 카카오 열매를 달고 있고, 어떤 나무는 아직 초록색인 카카오 열매를 가지고 있다.

카카오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래서 농장은 숲처럼 보였다. 카카오 열매는 야자수에 열릴 것 같이 생겼는데, 뜻밖에도 평범해 보이는 나무에 매달려 있다. 카카오 열매가 매달려 있는 나무가 왜 이렇게 이색적으로 보일까. 처음 보는 나무라서 그럴까. 

카카오 열매를 자르면 씨앗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초콜릿의 원료다.
아프리카에 갔을 때 바오밥 나무를 처음 보고 한참을 바라봤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신비스러웠다. 이런 이국적인 느낌이 나무 하나, 열매 하나에서도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에 처음 갔을 때도 야자수를 보고 가짜인 줄 알았다. 나무는 그 지역의 성격을 대변해 준다. 날씨, 습도, 바람, 땅, 고도 등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 나무를 만든다. 카카오 나무는 중남미를 말해주는 나무다. 푸르고 커다란 잎에 초록색부터 붉은색까지 여러 빛깔을 갖춘 카카오 열매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면서도 신비스럽고, 재밌고, 그래서 호기심이 생기는 나라다.

카카오 농장을 지켜온 주인 할아버지는 말이 별로 없다. 그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나무 하나하나를 아끼고 소중히 키워왔기에 어떤 설명도 필요 없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한 장 찍어 달라고만 말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세월을 보낸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나무에 대해 설명을 끊임없이 해주던 젊은 친구들과는 달리 할아버지는 홀로 나무와 함께 서 있었을 뿐이다.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공장으로 향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카카오 나무를 가꿔온 할아버지는 말없이 사진 한 장을 찍어달라고 했다.
공장 마당에서는 카카오 씨앗을 말리고 있었다. 이런 공장이 모여 있는 길에 들어서면 초콜릿 향이 난다. 달콤한 냄새가 아닌 진한 초콜릿 냄새가 풍긴다. 산토도밍고에 있는 초콜릿 공장을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지독하게 단 냄새가 났었다. 그곳은 가공공장이고, 농장 근처 공장에서는 원료를 직접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전 세계로 수출한단다. 여러 형태로 수출을 하는데, 유럽이나 미국 유명 초콜릿 회사에도 보낸다고 했다. 내가 먹었던 그 회사 제품의 원료가 여기서 만들어졌다니, 반가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카카오는 아프리카에서도 생산되지만, 중남미에서 가져간 것이고 이곳이 원산지란다.

초콜릿 공장은 꿈과 환상이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 언어에서 오는 달콤함 때문일지는 몰라도 실제 존재하는 초콜릿 공장은 일반 공장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농장이 더 꿈과 환상이 있는 곳이다. 이런 열매에서 어떻게 초콜릿을 만들어 냈을까. 어떻게 초콜릿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카카오는 다른 열매처럼 음료수로 마시며 재배를 시작했다. 유럽으로 건너간 카카오는 다양한 방법을 거쳐 초콜릿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탄생했다. 카카오 음료수는 맛은 썼지만 힘이 솟는다고 해서 마셨고, 귀족이나 황제는 귀한 설탕을 타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전에 중남미 원주민들은 이미 카카오를 먹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커피, 설탕, 초콜릿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원주민에 의해서 발견됐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유럽에서는 싸움이 났고, 현재는 중요한 무역품이 됐다. 또한 커피, 설탕, 초콜릿은 조화가 잘 이뤄져 섞어 먹으면 더 맛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떠올리며 설탕 넣은 초콜릿을 커피와 함께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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