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루이스에게 인사를 먼저 해온다. 그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반가워하는 걸 보고 꽤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루이스는 지난 대선에 나왔던 인물이었다.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서 놀라웠고, 너무 수수해서 또 한 번 놀랐다.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카페에 가고, 직접 운전해서 다니고, 옷도 평범하게 입는다.
정치인 루이스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다. |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경제가 붕괴된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는다. 얼마나 많은 원조를 받아 오느냐가 정치인 역량을 재는 척도가 된다. 물론 도미니카공화국도 원조를 받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경제원조를 받은 미국에 정치적으로도 예속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소수 정당들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루이스가 한 일도 색다르게 보였다. 쥐가 많은 동네의 집들에 고양이를 선물했고, 그 일이 신문에도 보도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면, 능력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양이 100마리가 그 마을에 전해졌고, 그 고양이들은 쥐를 쫒는 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행사에 참가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루이스. |
루이스는 정당에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었다. 루이스는 내가 한국의 신문에 글을 연재한다는 말을 듣고는 나를 아마도 기자로 알았나 보다. 그는 나에게 도미니카공화국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한국 이야기도 많이 물어본다. 한국 역사까지 알고 있어서 그와 이야기하기는 편했다. 그 덕분에 좋은 곳도 많이 가볼 수 있었다.
높은 산 꼭대기까지 차지하고 있는 정치 광고판. |
우리가 찾은 곳은 산프란시스코주에 있는 마을로 체스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루이스가 세운 직업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였다. 그는 이 대회에 상금을 걸었다고 했다. 아이들의 축하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직업학교 학생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성인으로 보이는 아이와 어린아이가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잘 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노력이 가상해 보였다. 꼬마 남자아이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꼬마 아이는 누나들을 따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매번 동작이 틀렸다. 그래서 더 귀여웠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꽃과 잘 어울리는 직업학교 아이들의 작품. |
놀이동산은 잔디밭에 여러 놀이기구를 놓아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았다. 강아지도 덩달아 뛰어논다. 이곳은 허허벌판 공터인데,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가져다 놓았다. 입구는 폐차장처럼 되어 있고, 이곳으로 오는 길도 비포장 흙길이었다. 놀이동산에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들도 준비돼 있다. 즉석에서 요리되는 음식들로 연기가 자욱하다. 그 음식 냄새의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없다. 피자, 햄버거는 기본이고 고기까지 구워지고 있었다. 채소와 고기를 넣은 튀김이 특히 맛있다. 놀이기구는 줄이 길어 타지 못했고, 먹을거리를 즐기면서 구경만 했다. 더운 나라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게 낮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해가 져서 더위가 누그러져야 그때부터 놀이기구가 돌아간다. 나는 저녁시간에도 무덥기만 했지만, 이곳 아이들은 시원하게 웃고 즐기고 있었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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