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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정치인 동네 할아버지 같아…

관련이슈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입력 : 2014-12-11 21:23:20 수정 : 2014-12-22 17:3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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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올라 카리베]〈40〉‘도미니카의 소박한 정치인, 루이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루이스다. 루이스는 이 나라의 정치인이다. 처음엔 그의 행색을 보고 정치인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평범한 옷차림의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루이스에게 인사를 먼저 해온다. 그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반가워하는 걸 보고 꽤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루이스는 지난 대선에 나왔던 인물이었다.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서 놀라웠고, 너무 수수해서 또 한 번 놀랐다.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카페에 가고, 직접 운전해서 다니고, 옷도 평범하게 입는다. 

정치인 루이스는 인상 좋은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는 정당이 20개가 넘는다고 했다. 갑자기 우리나라 정당 수를 물어보는데, 없어진 정당까지 합해도 몇 개 되지 않아 한참을 설명했다. 루이스는 기독교당 대표라고 했다. 원래 이 나라 정치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는데, 정치인을 만나게 되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경제가 붕괴된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는다. 얼마나 많은 원조를 받아 오느냐가 정치인 역량을 재는 척도가 된다. 물론 도미니카공화국도 원조를 받는다. 도미니카공화국은 경제원조를 받은 미국에 정치적으로도 예속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소수 정당들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루이스가 한 일도 색다르게 보였다. 쥐가 많은 동네의 집들에 고양이를 선물했고, 그 일이 신문에도 보도됐다. 그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면, 능력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양이 100마리가 그 마을에 전해졌고, 그 고양이들은 쥐를 쫒는 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행사에 참가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루이스.
농장에서 다시 산토도밍고로 돌아왔을 때, 소냐콜로니알에 있는 카페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루이스는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그 카페는 유명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다. 그때는 몰랐고, 그냥 지나가던 길에 항상 보았던 카페라서 한 번 들어가 봤다. 그렇게 처음 만난 루이스는 그후 자주 만나게 됐다. 루이스의 소속 정당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내가 무슨 일이 있을 때는 도움을 받기도 했다.

루이스는 정당에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요직을 맡고 있었다. 루이스는 내가 한국의 신문에 글을 연재한다는 말을 듣고는 나를 아마도 기자로 알았나 보다. 그는 나에게 도미니카공화국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한국 이야기도 많이 물어본다. 한국 역사까지 알고 있어서 그와 이야기하기는 편했다. 그 덕분에 좋은 곳도 많이 가볼 수 있었다.

높은 산 꼭대기까지 차지하고 있는 정치 광고판.
그리고 며칠 후 루이스가 지방에 행사가 있어서 그와 동행하게 됐다. 가는 길에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광고가 보였다.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봤지만, 무심히 지나쳤고,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다. 정치인들이 자신과 소속 정당을 광고하는 것으로,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심지어는 산 위에도 그의 광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정치 광고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생각에 누군인가 물어보니, 다음 대선에 나올 인물이라고 했다.

우리가 찾은 곳은 산프란시스코주에 있는 마을로 체스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루이스가 세운 직업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였다. 그는 이 대회에 상금을 걸었다고 했다. 아이들의 축하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직업학교 학생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성인으로 보이는 아이와 어린아이가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잘 하는 공연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노력이 가상해 보였다. 꼬마 남자아이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꼬마 아이는 누나들을 따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매번 동작이 틀렸다. 그래서 더 귀여웠다. 그 와중에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여줬다. 

꽃과 잘 어울리는 직업학교 아이들의 작품.
그다음에는 놀이동산을 찾았다. 놀이동산에서 축제가 벌어졌는데, 그곳에서 직업학교 아이들이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 나라 사람은 정말 축제를 좋아한다. 음악이 있어야 하고, 춤이 있어야 한다. 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을지라도 마음은 넉넉하다. 삶의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다.

놀이동산은 잔디밭에 여러 놀이기구를 놓아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았다. 강아지도 덩달아 뛰어논다. 이곳은 허허벌판 공터인데,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가져다 놓았다. 입구는 폐차장처럼 되어 있고, 이곳으로 오는 길도 비포장 흙길이었다. 놀이동산에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들도 준비돼 있다. 즉석에서 요리되는 음식들로 연기가 자욱하다. 그 음식 냄새의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없다. 피자, 햄버거는 기본이고 고기까지 구워지고 있었다. 채소와 고기를 넣은 튀김이 특히 맛있다. 놀이기구는 줄이 길어 타지 못했고, 먹을거리를 즐기면서 구경만 했다. 더운 나라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게 낮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해가 져서 더위가 누그러져야 그때부터 놀이기구가 돌아간다. 나는 저녁시간에도 무덥기만 했지만, 이곳 아이들은 시원하게 웃고 즐기고 있었다. 

내가 루이스를 따라 온 가장 큰 이유는 북쪽 지방에 편하게 오기 위해서였다. 삼면이 바다인 도미니카공화국의 북쪽 바다로 향했다. 아이티와 접한 국경 서쪽을 제외하고는 삼면이 바다다. 우리나라는 대륙에 연결된 반도국이고, 도미니카공화국은 섬나라인데 국경이 있다. 지도상으로는 북쪽에 쿠바가 있으니, 그곳에 가면 쿠바가 보이려나.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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