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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무대 서정적 음악 진솔한 이야기 영화보다 감동

입력 : 2014-12-12 02:13:07 수정 : 2014-12-12 02: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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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스’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 화려한 의상, 톱스타 출연진. 대형 뮤지컬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면서 어느 사이에 뮤지컬 공연에 대해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양적 측면에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뮤지컬이란 장르가 음악과 극을 즐기는 예술이라는 것. 거대한 무대장치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고전적 의상, TV나 은막을 주름잡는 톱스타의 출연 없이도 아름다운 음악과 가슴을 울리는 진솔한 스토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뮤지컬은 그런 힘을 가진 예술이다.

뮤지컬 ‘원스’(사진)는 이 음악과 극적 재미라는 뮤지컬의 기본적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극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미니멀한 무대장치와 단출한 출연진이다. 이제는 대형 뮤지컬에서는 당연한 것이 돼버린 대규모 오케스트라도 없다. 대신 그 빈자리를 서정적인 음악과 개성있고 정감 가는 캐릭터로 꽉 채운다. 이 소박함이 작품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함은 물론이다.

2006년 개봉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원스’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은 한때 가수의 꿈을 꿨지만 이제는 그 꿈이 희미해져버린 한 남자. 습관처럼 거리에서 연주를 하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음악적 열정은 남아있지 않다. 그저 하루하루를 소비하며 아버지 가게에 얹혀 청소기 수리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체코이민자인 한 여자가 나타난다. 어눌한 말투로 그의 음악에 찬사를 건네는 여자. 어느덧 여자는 그의 든든한 응원자이자 친구이며, 음악적 동반자가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튼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고전적 이야기에 두 사람의 진솔한 음악적 고민이 덧입혀졌다. 그렇기에 두 남녀가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지루함이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소 괴팍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클럽주인 빌리, 마음속 깊이 음악적 열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은행 매니저, 여자의 이민자 동료인 레자와 스벡, 안드레이, 남자와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주변인물들도 각자 사연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 작품은 이들의 이야기까지 ‘음악’이라는 테마 안에 보듬어 안는다. 이를 통해 음악으로 지친 영혼을 치유해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소소한 웃음을 던져주는 익살스러운 대사까지 이어지며 다소 몽환적이었던 영화보다 더욱 생기있는 작품이 됐다.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도 작품을 빛나게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라이브 연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이다. 영화를 통해 익숙했던 음악들을 우리말 가사로 듣는 재미도 각별하다. 공연 20분 전부터 시작되는 ‘프리쇼’도 소소한 재미를 던져준다. 작품 속 전 출연진이 미리 나와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는 별도로 준비된 연주와 노래로 입장하는 관객의 흥을 돋운다. 프리쇼 시간에는 직접 무대에 올라 이들의 공연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기도 하다. 유럽 여행 중에나 느낄 수 있었던 거리 공연의 향취를 조금이나마 간접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미리 극장을 찾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2012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져 같은 해 토니상 베스트뮤지컬상을 포함해 8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연된다. 내년 3월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6만∼12만원. 1544-155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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