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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땜질 처방’으로 사교육 문제 해결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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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7 21:24:18 수정 : 2014-12-27 14: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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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서민 가계를 짓누르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대학 입학을 위한 필수 참고서로 통하는 EBS 수능 연계 교재를 쉽게 만들겠다고 한다. 영어와 수학 교제가 특히 그렇다. 비싼 학원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유치원에 대해서는 외국인 강사 채용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다.

사교육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한 고민이 담겼다. 하지만 대책은 너무 미시적이다. 이번 대책은 수능과 연계한 EBS 영어·수학 교재의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어 교제의 어휘 수를 2014학년도 5668단어에서 2017학년도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수학 교제도 종류와 문항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항구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 올해 수능만 해도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변별력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 수능이 또 흔들리게 생겼다. EBS 교재만 쉽게 만들고, 수능에서는 변별력을 강조하면 교육현장은 또 혼란에 빠진다. 정책의 신뢰는 무너지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학원의 이익을 위한 변별력 강화’가 아니라 ‘학생의 이익을 위한 쉬운 수능’의 대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교육비는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2월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평균치일 뿐이다. 입시생을 둔 수도권 가정에서는 고교생 자녀에게 한 과목을 가르치자면 50만∼70만원을 줘야 한다. 더 많은 돈이 드는 고액과외도 허다하다. 사교육비의 65%는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데 쓰인다. 영어유치원의 원비는 월평균 79만3000원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드는 사교육비가 연간 18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경제난에 어려운 가계 살림에 사교육비는 멍에와도 같은 존재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교육의 원인은 대학 서열화와 학벌주의의 고질에 있다. 교육부도 그런 문제를 잘 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아닌가. EBS 교재나 바꾸는 땜질 처방으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대학 서열화와 대입제도의 근본적인 개혁도 강구해야 한다. 장관이 바뀌고, 담당 국·과장이 바뀌면 온 나라가 ‘사교육 도가니’ 속으로 빠져드는 행태가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 황폐화와 사교육 번성이 백 년은 고사하고 몇 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당국의 무책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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