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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또 한 해가 간다, 지는 노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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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8 19:16:18 수정 : 2014-12-30 15: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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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포곰개나루로 ‘아름다운 낙조여행’
전북 익산 웅포곰개나루 덕양정에 오르면 금강의 너른 강물 위로 펼쳐지는 멋진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지는 해와 흘러가는 강물이 있으니 곰개나루는 묵은 기억을 털어내고 한 해를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다.
강물 위로 지는 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미처 몰랐다. 웅포곰개나루에서 마주한 금강의 석양 얘기다. 세밑의 해넘이 하면 서해 바다나 고산준령만 생각했다. 누군가 웅포곰개나루에서 너른 강물 위로 펼쳐지는 낙조를 추천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곳 사람들이 서해안 5대 낙조, 7대 낙조 운운했을 때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웅포곰개나루의 덕양정이라는 정자에 서서 강줄기의 서쪽 끝을 바라보는 순간 할 말을 잊고 말았다. 강 이름 그대로 비단결 같은 노을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 위로 붉은 기운이 가득하더니, 이내 온 하늘이 코발트빛으로 물든다. 덕양정 앞 커다란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층 더 그윽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금강 하구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람은 제법 매섭다. 그러나 저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푸근했는지 모른다.

이쪽은 전북 익산시 웅포면, 물길 건너서는 갈대밭으로 유명한 충남 서천 신성리다. 이 물길은 하류쪽 군산 땅을 거쳐 서해 바다로 흘러든다. 조선시대에 금강은 충청도와 전라도 내륙까지 물자를 실어 나르던 중요한 뱃길이었다. 바다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뱃길이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포구가 생기고 마을도 들어섰다. 웅포 역시 뱃길 따라 생긴 포구다. 지금은 두 이름을 붙여서 함께 사용하지만 웅포의 옛 이름이 곰개다. 마치 곰이 강물을 마시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사람들은 세밑에 묵은 마음을 얹어 보내기 위해 지는 해를 찾는다. 한 해의 이런저런 기억은 흘러가는 강물에 실어보내도 좋을 것이다. 곰개나루에는 이처럼 지는 해와 흘러가는 강물이 있으니 한 해를 정리하기에 이만 한 곳도 없을 듯싶다.

그리고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성탄에 즈음해 여행을 떠난다면 성당을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 땅 유일의 한옥성당인 익산 나바위 성당.
곰개나루에서 지척인 망성면에는 나바위 성당이 있다. 우리 땅 유일한 한옥성당이자 전라도 지역 최초의 성당으로, 108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나바위 성당은 바실리카식 첨탑과 웅장한 전면을 갖고 있으나, 몸체는 팔작지붕에 기와를 얹은 한옥건물이다. 이 성당은 1845년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귀국하며 첫발을 디딘 곳에 세워졌다. 1906년 프랑스인 베르모렐 신부가 처음 세울 때는 전통 한옥 목조 건물이었지만, 1916년 중축하며 종탑과 아치형 회랑 등 고딕 양식을 가미했다.

성당포구에서 마주한 금강 하구의 낙조.
천주교의 토착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성당은 붉은 벽돌과 기와·서까래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성당 내부는 티끌만 한 위세나 권위를 느낄 수 없고, 지극히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다. 웅포곰개나루에서 해넘이를 보고 다시 나바위 성당을 찾았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성당의 창문 너머로 따스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이 불빛에 끌려 또다시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희미한 등불 아래 하얀 미사보를 쓴 3명의 여인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성당의 맨끝 나무의자 구석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익산=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3)=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웅포곰개나루는 서해안고속도로 군산나들목에서 빠져나와 강경·나포 방면으로 향하면 된다. 망성면 바로 옆 성당면 두동리의 두동교회도 찾을 만하다. 

1929년 세워진 ㄱ자 형태의 두동교회.
1929년에 세워진 함석지붕의 교회로 강단을 중심으로 ‘ㄱ’ 자 형태를 하고 있다. 남녀유별이라는 엄격한 유교문화를 반영해 남녀가 각각 예배를 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바위 성당에서 고즈넉한 분위기의 절집인 숭문사도 가깝다.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이름을 따온 익산의 숭림사.
통일신라 때 진표율사가 창건한 고찰로, 중국 숭문 소림사에서 이름을 따왔다. 곰개나루 상류의 성당포구도 금강 낙조 명소이나, 이즈음은 강물 위가 아닌 마을 뒷산 쪽으로 해가 진다. 나바위 성당 입구에 식당이 여럿이고, 특히 ‘박첨지’(861-3337) 등 추어탕집이 서너 곳이나 된다. 익산시청 남쪽 인화사거리 부근에 ‘왕궁온천모텔’(291-5000) 등 모텔급 숙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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