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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명 속 일상·내면 탐구 눈길… 문단의 새로운 징후 보는 듯

입력 : 2014-12-18 20:45:14 수정 : 2014-12-18 2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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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일보 신춘문예 예심평
2015 세계일보 신춘문예 응모 열기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단편소설 686편, 시 응모자 1056명, 문학평론 31편이 결산 목록이다. 시 응모자가 지난해에 비해 154명 늘었다. 문학평론 응모작도 지난해에 이어 15편 내외에 그치는 통상적인 편수를 압도했다. 단편소설 10편, 시 23명의 작품을 예심을 거치지 않는 문학평론 응모작과 함께 본심으로 넘겼다. 올 응모작 경향을 예심위원들의 목소리로 점검한다.

2015 세계일보 신춘문예 예심위원들이 응모작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송찬호(시인), 박철화(문학평론가), 김영남(시인), 조해진(소설가), 정길연(소설가) 씨.
허정호 기자
■시/ 송찬호(시인)


응모자 수가 1000명의 숫자를 훌쩍 넘어 신춘문예의 열기를 짐작케 했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은 시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상상력보다 도시 문명에 부침하는 개인들의 일상과 내면 탐구가 두드러져 보였다. 내용에 있어서도 신인으로서의 패기와 모험, 더 나아가 시적 개성을 갖춘 작품들도 눈에 띄었지만 일부에서 보이는 지나친 산문화의 경향은 경계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앞에 놓여 있는 산더미 같은 원고를 읽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다가올 한국 시의 새로운 징후를 엿보는 자리여서 즐거웠다. 응모작들의 시적 완성도와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심 대상 작품들을 골랐다.

■시/ 김영남(시인)

무거운 물건을 무겁지 않게 다루는 데에는 일의 요령, 즉 테크닉이 필요할 터이고 사소한 소재를 사소하지 않게 소화해내는 데에는 남다른 관찰력과 집요함이 필요할 것이다. 투고 작품들을 읽으면서 이런 능력을 겸비한 작품이 혹시 있지 않을까 하고 유심히 살폈다. 이번 응모작들은 관심의 대상과 수용내용, 표출 방식 등이 예년에 비해 한결 자유스러워졌고 그 폭 또한 넓었다. 그만큼 매체 환경변화를 다양하게 수용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겠지만 튼튼한 시적 역량을 기초로 대상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핵심에 도달코자 하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골라냈다. 개성 있는 작품들을 추릴 수 있어 즐거웠다.

■단편소설/ 박철화(문학평론가)

인터넷 공간에서의 글쓰기의 민주화 덕분인지, 원고의 전체적인 질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소재 역시 다양해졌다. 사회적 이슈를 따라 움직이던 경향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해외 거주자의 투고가 또한 많이 늘었다. 우리 문학 작품의 해외 번역이 활발해진 덕일까? 잘 모르겠다. 반면에 문학에 대한 장인적 애정은 상대적으로 덜 보여 아쉬웠다. 무국적의 자유로운 상상력 이면에서 구조에 대한 고려, 한국어 문장의 정확성에 대한 치열한 자의식 같은 게 덜 보였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힘찬 작품을 몇 보았다. 추위를 무릅쓴 보람이 있었다.

■단편소설/ 정길연(소설가)

해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일 중 하나가 세상에 소설을 쓰는,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 이토록 많고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수상쩍은 시대의 환부를 들여다보고 문제의식을 갖도록 종용하는 기능이 소설에 있다는 반증일 테다. 올해는 특히 더 비정규직, 의료사고, 아파트 관리에 얽힌 비리나 경비원 또는 미화원의 일상, 동호회, 사채업자, 심리상담사 등 최근 크게 물의를 일으킨 각종 사건이나 새롭게 문학적 사회적 주목의 대상이 된 특정 직업군을 내세운 작품이 압도적이었다. 전반적으로 문장과 구성의 수준, 취재력과 소재에 대한 전문성이 상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열을 가른 건 완성도에 더해진 ‘깊이’였다.

■단편소설/ 조해진(소설가)

문학의 위기라는 표현이 보편적인 관용어로 통용되는 시대지만 올해에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된 소설 편수는 700편에 육박했다. 게다가 대부분 작품들이 공들여 쓴 흔적이 뚜렷하여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그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온몸으로 쏟아부었을 누군가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사회 분위기를 흡수하는 것은 소설의 본성이다. 응모된 작품 중 상당수는 빈곤,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 갑의 횡포로 드러나는 계급 갈등 등을 담고 있었다. 공동체의 문제를 소설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했으나, 소설가의 언어는 다른 이의 언어로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왕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문체로 윤리적 질문을 이끌어내는 주제로까지 확장되는 작품을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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