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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씨앗호떡·미고렝·니코마키… “함 묵어봐라, 반할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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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7 06:00:00 수정 : 2014-12-27 11: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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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미군 전투식량 깡통 거래 유래
지난해 10월29일 국내 첫 야시장으로 개장
영화 ‘국제시장’ 흥행에 관광객들 ‘불야성’
동남아 등 다문화 음식점도 자리잡아 인기
국내 처음으로 야간에만 문을 여는 야시장으로 지난해 10월 29일 개장한 부산 중구 부평동 깡통야시장. 개장 1년여 만에 동아시아의 주목받는 야시장으로 성장했다. 연간 20만명 이상이 찾는 중국인 등 크루즈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관광코스에 꼽힐 정도다. 이른 한파가 몰아친 최근에도 깡통야시장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야시장의 명물로 떠오른 씨앗호떡이 단연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주방장 조병제(48)씨는 “비법은 호박씨와 해바라기씨, 땅콩 가루 등 씨앗 3종과 밀가루 반죽에 30% 정도 섞는 찹쌀에 있다”며 “일반 호떡처럼 설탕을 많이 넣지 않기 때문에 몸에도 좋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3종의 씨앗을 고소한 맛이 날 정도로 적당하게 볶아놓는 것도 중요한 맛의 포인트다. 만드는 순서도 일반 호떡과는 다르다. 개당 1000원인 씨앗호떡이 팔리는 갯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 평균 관광객 3000여명이 찾는 평일에는 400개, 7000여명 정도 몰리는 주말에는 700개 이상 팔린다.

베트남 이주여성 누에니트(28)씨가 14호 매점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요리인 복음누들(미고렝)을 만들고 있다.
전체 점포 30개인 이 야시장에는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다문화 음식점 7곳이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 볶음누들(미고렝)을 파는 14번 점포 캠프인도네시아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게 운영자는 결혼 4년차인 베트남 이주여성 누에니트(28)씨다. 주원료인 쌀국수와 고유의 소스를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다. 파와 양파, 풋고추 등 부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1인분에 3000원 하는 미고렝은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는 최고 200그릇 정도 팔린다고 한다.

일본식 주먹밥인 니코마키를 파는 30번 점포도 빼놓을 수 없다. 개당 1500원 하는 니코마키는 한국 사람 입맛에는 다소 싱거운듯 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6·25전쟁 참전을 계기로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터키에서 온 신아미드(28)씨가 운영하는 18번 점포에서는 치킨 케밥을 만들고 있다. 높이 50㎝쯤 되는 쇠꼬챙이에 익힌 닭고기 10㎏을 꽂아놓고 조금씩 잘라내며 1인분 20g 정도를 4000원에 판다. 감질나게 잘라내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터키와 칠레에서 공수해온 독특한 소스에다 국내산 닭고기와 상추, 양파, 토마토가 어우러져 영양은 물론 맛도 일품이다. 4000원이면 야시장에서는 비교적 비싼데도 많이 팔린다. 영양간식이 되다 보니 단골손님도 생겼다. 점포 옆 부평시장에서 호프점을 운영하는 이규후(46)씨는 “맛도 있고 영양이 적당한 웰빙식이라 거의 매일 저녁 찾는다”며 “지난달 주말에는 최고 500개를 팔 정도로 인기”라고 알려줬다.

씨앗호떡을 파는 부평깡통야시장 1호 매점 앞에서 손님들이 호떡이 익기를 기다리며 서 있다.
대전에서 친구들과 깡통야시장을 찾은 대학 2년생 김지현(21·여)씨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이 만든 음식을 맛본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오늘 이곳의 음식을 다 맛보려고 저녁도 안 먹고 왔는데, 음식도 맛있고 부산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느껴져 너무 좋다”고 만족해했다.

‘뽑기야 놀자’ 간판이 붙은 28번 매대도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설탕을 녹여 만든 과자인 로봇 금붕어 독수리 거북이 칼 호돌이 등이 적힌 종이를 원하는 번호 위에 올려놓은 뒤 2000원을 내고 심지 3개를 뽑아 맞히면 해당 상품을 타가는 것이다. 30∼40년 전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 유행한 놀이인데 큰 설탕과자가 걸릴수록 좋다.

야시장은 내년 2월 2구간을 확장해 전체 구간이 현재 150m에서 250m로 늘어난다. 인기를 끄는 통해 밀려드는 관광객을 소화하기 위해 점포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김종열(49) 야시장 상인회장은 “이 야시장이 출범 1년여 만에 평일 3000여명, 주말엔 7000여명이 찾는 국제적인 명물로 발전하는 바람에 인근 부평시장, 국제시장에도 손님이 자연스레 넘쳐 지가와 권리금도 크게 오르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야시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조그마한 깡통야시장이 단기간에 국제적인 명물로 성장한 데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열정과 상인의 협력이 절대적이었다.

개장 14개월 만에 동아시아권의 대표적인 야시장으로 성장한 부산 중구 부평깡통야시장 모습.
깡통야시장의 유래는 63∼64년 전인 6·25전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 중구 대청사거리에서 남포동 쪽으로 세 블록 내려가 우회전하면 곧바로 깡통시장이 펼쳐진다. 미제 커피와 일제 밥통이 상류사회의 필수품이던 시절, 깡통시장은 선망하는 장소였다.

당시 그곳에는 부산역 주변에 산재한 전쟁 군수물자 창고에서 빼낸 미군 전투식량(시레이션)이 거래됐다. 생선이 담긴 시레이션 깡통, 육류와 과일이 담긴 다양한 시레이션 깡통이 가게마다 산처럼 쌓여 있었다. 깡통시장의 유래가 이것이다. 당시 일본 이즈하라항에서 야밤에 밀수해 온 밥통 등 전자제품도 주요 유통 품목이었다.

이 깡통시장이 크게 번성한 것은 1970년대다. 베트남전쟁 참전 군인들이 귀국하면서 반입한 미군 전투식량을 이곳에 가져와 각 가게에서 판매하면서부터다.

부산 깡통야시장은 전국 지자체가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면서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전주 남부 한옥마을 주변 야시장이 부산 깡통야시장을 그대로 본떴다. 경남 창원과 강원도 춘천, 울산, 제주 등지에서도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이 요즘 뜨고 있다. 한 해 평균 600만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전주 한옥마을을 마주하고 있는 남부시장 야시장은 지난 11월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 차원이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짙게 불러오는 곳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다. 전주와 인연이 깊은 K-팝 스타들의 광고의상 경매와 추억의 보물찾기 이벤트 등이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창원에서도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는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시내 중심가의 야시장이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자리한 종래 전통시장은 어두워지면 으레 문을 닫았다. 하지만 지금은 날이 저물어 밤이 되면 시장 상인회가 주축이 돼 조성한 야시장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110 m 길게 늘어선 야시장 점포에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오부터 자정까지 연중 무휴로 문을 연다.

강원도 춘천시 명동의 명품요리인 닭갈비를 소재로 한 야시장도 조만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춘천시는 재래시장 살리기 대책으로 닭갈비를 소재로 한 갖가지 요리를 선보이는 야시장의 재단장을 적극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대형 음식점과 쇼핑몰에 밀려 고전하던 전통시장들이 야시장을 통해 새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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