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승현칼럼] 국민과 대통령, 누가 편해야 하나

관련이슈 이승현 칼럼

입력 : 2015-01-15 20:45:25 수정 : 2015-01-15 20:47: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낚시 미끼는 두 가지다 내게 좋은 것과 물고기에게 좋은 것
靑, 자기 입맛 버려야 민심 얻을 수 있다
새해 낚시에 나선다고 치자. 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선택의 문제가 줄줄이 이어진다. 낚시 바늘에 달 미끼부터 그렇다. 뭘 골라야 하나. 내게 좋은 것인가, 물고기에게 좋은 것인가. 비유컨대, 정치는 민심을 낚는 낚시다. 민심은 뭐로 낚나. 일차적 도구는 정치적 화법과 행동이다. 기본 요령은 물고기 입맛을 고려해야 하는 일반 낚시와 똑같다. 내 입맛이 아니라 국민 입맛을 중시해야 한다.

점입가경이다.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 ‘민정수석 항명 사퇴’ 파도에 이어 제 3파를 맞았다. “새누리당 김무성(K) 대표와 유승민(Y) 의원이 ‘정윤회 문건’ 파문의 배후에 있다”는 ‘K, Y 배후설’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8일 세계일보 보도 이후 나라를 뒤흔든 문건은 K와 Y, 두 사람의 작품이 되고 만다. 청와대 안팎이 공작·음모 바이러스에 그 얼마나 깊이 감염돼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제 3파다. 딱하기 짝이 없다. 모두 청와대발 파도이니 눈을 흘길 데도 없다.

청와대 대처는 ‘정윤회 문건’ 때와는 다르다.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의 번영,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애타게 바라는 국민에겐 위안이 되는 변화다. 배후설 발설자로 지목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의 음종환 선임행정관은 그제 사표를 제출했다. 공식 발표도 나왔다.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졌다”고 했다. 고사성어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떠올린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K, Y 배후설’ 파도가 잠들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청와대 차원에선 일단락된 것으로 치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했다. 김 대표 등이 지난 6일 배후설을 접하고 청와대에 연락을 취했다고 하니 14일에야 비로소 면직처리 해법이 나온 것은 한참 늦었다. 정무 감각이 낙제점이란 뜻이다. 하지만 좋게 봐 주자. 국민 입맛을 중시해 미끼를 고른 셈이니 우호적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박수만 보낼 일은 아니다. 왜? 이번 읍참마속 처리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특별대우 문제를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까닭이다. 제 3파의 함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3인방에 대해서는 대체 어떤 연유로 유달리 구는 것인가. 왜 보호본능만 앞세우나. 국정 리더십이 얼마나 더 훼손돼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3인방 보호막은 왜 탄탄한가. 일단, 3인방은 아무런 허물이 없다고 대통령이 굳게 믿기에 위기 대처의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음 행정관부터 발끈할 가정이다. 그 또한 허물이 없다는 것 아닌가.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음 행정관은 그런 말(K, Y 배후설)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3인방만 보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제 3파도 검찰에 맡겨서 결판을 봐야지, 왜 사표를 받으면서 꼬리를 내리나. 

이승현 논설위원
차별화의 이유는 정서적 측면에 있는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3인방을 편하게 여긴다. 수족으로 여기는 눈치다. 앞서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이를 분명히 했다.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등의 칭찬 세례를 퍼부으면서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수족을 자르지는 못하겠다고 국민에게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청와대의 딜레마는 이 최후통첩이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청와대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거기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설득력 있는 말이란 상대에게 통하는 말이다.”

정치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보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국민에게 통한다. 감동도 끌어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신년회견은 그런 선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제 3파에 대한 이번 대처 또한 감동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이 역시 3인방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야 한다. 낚시 미끼로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인가. 내게 좋은 것인가, 물고기에게 좋은 것인가. 5000만 국민과 대통령 중 어느 쪽이 편해야 옳은지도 자문할 일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