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서로에게 의존하는 세상은 거대한 연결망 '핀볼효과' 실체 탐구

입력 : 2015-01-23 19:26:14 수정 : 2015-01-23 19:26: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제임스 버크 지음/장석봉 옮김/궁리/2만3000원
핀볼효과/제임스 버크 지음/장석봉 옮김/궁리/2만3000원


1906년 영국 런던에 살던 카를 네슬러라는 독일인 미용사는 여동생의 뻣뻣한 생머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여동생의 머리에 웨이브를 주려면 머리인두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그걸 무척 싫어했다. 그는 우연히 붕사(borax)를 머리카락에 바르고 열을 가하면 오랫동안 웨이브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영구 웨이브’ 즉 파마를 고안했다.

파마에 쓰이는 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돼 영국까지 배편에 실려온 것이었다. 붕사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유럽인들이 찾아냈는데, 당시 이들은 원래 금을 찾고 있었다. 처음 금을 발견한 1848년만 해도 동부에서 캘리포니아로 건너온 이주민은 400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그다음에는 9만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마차로 미국을 횡단하려면 여섯달이 걸렸다. 대박에 인생을 건 사람들은 당시 가장 빠른 배인 양키 클리퍼선을 타고 혼 곶을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이같이 ‘파마 머리가 골드러시, 쾌속선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이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과학저술가 제임스 버크다. 그는 신간 ‘핀볼효과’에서 이와 유사한 예를 수십개 제시한다.

핀볼효과는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들이 우연히 부딪쳐 세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이 용어가 사용되는데, 경제성장률, 유동성, 금리, 투자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주가를 크게 오르게 하는 것을 가르킨다.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나비효과와 달리 핀볼효과는 ‘상호연관성’에 더 중점을 둔다.

다른 시공간에 자리해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사물들을 연결짓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서구 지성사와 과학기술사의 장대한 궤적과 만나게 된다. 볼펜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전투기의 폭격임무를 연결하고, 15세기 피렌체의 암호와 현대의 우주 탐사기술을 연관짓는 저자의 이야기 솜씨는 여간 빼어난 게 아니다. 저자는 “세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망”이라며 “우리가 변화에 좀 더 잘 대처하려면 그 상호작용의 과정에 더 친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소 무리해 보이는 연결도 있지만, 역사적 사건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공감할 만하며, 추리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대목도 많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