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문제·조직구성 등 이유로
국회 무관심… 외교부는 뒷짐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만 ‘재외국민보호법안’은 5건 제출됐다. 국외에서 거주·체류·여행 중인 우리 국민이 재난·폭동·테러·체포·행방불명 시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한 내용이다.
5건의 법안 발의는 제18대 대선 재외국민투표 등록 마감(2012년 10월)을 앞둔 2012년 7∼9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의 재외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원유철, 김성곤 의원이 각각 9월13일과 9월5일에 발의했다. ‘재외국민 표심잡기’의 일환이다. 재외국민보호법은 최초 발의된 2004년 이후 11년째, 19대 국회에서는 2012년 7월 이후 2년6개월째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헌법 제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은 전무한 셈이다.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야를 초월해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면서도 “외국의 주권과도 관련되는 부분이 있어 법리적으로 충돌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은 “재외국민의 의무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처리할 계획”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외국민 보호에 법적 한계가 있고, 법이 제정되면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법리적 문제, 권리와 의무의 균형, 조직과 인력 등 인프라가 법을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이진영 교수(정치외교학)는 “‘재외국민보호기본법’ 형태로 선언적 법안을 마련하고 구체적 사항은 시행령이나 시행세칙을 통해 법안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법안 마련으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고, 재외국민 보호라는 인식 제고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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