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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비밀접촉 뒷얘기 공개… 北 반발 예고

입력 : 2015-01-29 18:38:34 수정 : 2015-01-29 23: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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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회고록 출간 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재임 중 다뤘던 각종 현안에 대해 비화를 공개하면서 적잖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남북 간 비밀접촉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밝힌 것은 향후 남북관계 및 주변국 외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고록에 대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의 평가도 극명히 엇갈리는 분위기다.

◆남북대화 부담 떠안은 현 정부


이 전 대통령은 PDF 파일 형태로 배포한 회고록에서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우리 측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그 대가로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구체적 시점과 인물, 대화 내용을 담아 소개했다. 겉으로 남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쓰면서도 물밑으로는 정상회담을 조건으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는 북한의 이중적 행태를 까발린 셈이다. 하지만 정부 또는 정권 간 비밀접촉은 상당한 기간 비밀로 한다는 외교적 관례를 깬 것이다. 북측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 전문가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9일 “남북관계의 특성상 안고 가야 할 부분도 있는데, 물밑 접촉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남북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불과 4, 5년 전의 물밑접촉 내용까지 그대로 공개된 만큼 현 정부가 남북대화를 모색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우려다. 

◆새누리당 계파갈등 불씨 되나


이 전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의 추진 과정에 친박이 걸림돌이었다는 회고록 내용은 여당 내 계파 간 신경전의 불을 지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6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 토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며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만일 그때 이 약속을 깼다면 오늘날 새누리당 정권도, 새누리당 존재도 사라졌을지 모른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반면 친이계 조해진 의원은 “국정 운영의 역사라는 것은 이어지는 정권들에도 중요하지만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게 의무”라며 회고록 발간을 지지했다.

◆회고록에 담긴 주요 현안 뒷얘기

이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 외에도 주요 국내외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

우선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취임 직전 청와대에서 만난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과 쇠고기 수입에 합의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이 “노 대통령이 재임 시절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월령 제한 없이 쇠고기를 모두 수입하겠다는 이면합의를 했다”고 보고한 사실도 소개했다.

또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에 대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입찰 시공 과정에서 부정이나 불법행위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할 감사원이 ‘대운하 위장설’ 같은 것을 발표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야당의 자원외교 비판과 관련해선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장된 정치적 공세는 공직자들이 자원 전쟁에서 손을 놓고 복지부동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1992년 민자당 전국구(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 입문한 이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 당시 자신에게 민자당 김영삼 대선후보가 국민당 정주영 후보의 사생활을 캐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기업활동을 함께했던 나로서는 응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자격으로 설득할 사람이 필요했다”며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경련에서 이 회장과 함께 78명의 경제인에 대한 특사를 요청했는데 이 회장만 ‘원포인트 사면’을 했다”고 얘기도 곁들였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4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 개발과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작권 전환 연기를 직접 부탁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 말씀에 공감한다”고 즉답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12년 1월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은 현재 주둔하고 있는 위치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안심시켰던 일화도 공개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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