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법원, 영어스트레스로 자살한 대기업 간부 "업무상 재해 맞다"

입력 : 2015-01-30 12:25:44 수정 : 2015-01-30 13:17: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어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기업 부장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대기업 부장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받다가 우울증세가 악화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대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그럼에도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꼼꼼하면서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성격의 A씨는 해외 파견근무가 예정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했고 승진까지 했다"며 "해외 파견을 앞두고 영어를 능통하게 사용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부담감과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게 돼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서울 유명 사립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A 씨는 지난 1990년 대기업 D사에 입사한뒤 19년 동안 국내의 토목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2008년 해외플랜트 사업 관련 부서로 옮긴 A씨는 해외 파견 근무를 자원해 쿠웨이트 공사 현장 파견이 확정됐다.

파견 직전인 2008년 10월 공사 현장을 다녀온 A씨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으로 파견을 스스로 포기했다.

A 씨는 같은해 12월 부인에게 “영어도 못해 해외파견도 못 나가는 내가 앞으로 부하 직원들 앞에 어떻게 서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 다음날 회사 10층 옥상에서 동료들과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누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한 뒤 투신했다.

A 씨의 부인은 2010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 청구를 했으나 공단 측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씨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미 사망할 무렵 회사에서 망인을 해외에 파견하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에 그러한 부담감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A씨의 소를 물리쳤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