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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김정은 집권 4년차…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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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4 20:44:42 수정 : 2015-02-24 22: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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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포통치·정책혼선으로 불안 가중… 체제 안정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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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국경지대에서 남한의 경제 전문가 A씨와 만난 북한 무역일꾼은 A씨에게 수면제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무역일꾼은 “수면제 없이는 하루도 잠을 자기 어렵다”며 “하루 아침에 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얼마나 불안했으면 남한 사람한테까지 수면제를 구해달라는 말을 했겠느냐”며 “처음엔 하루치만 달라는 줄 알았는데 중국에 머무르는 내내 매일 수면제좀 사다 달라고 해서, 사정을 물어보니 장성택 처형 이후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을 찾은 재중동포는“보통 평양 방문 초청장은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이주일 이내에는 나왔다”며 “요즘에는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이 어떻게 시비를 걸고 나올지 모르니까 발급을 잘 안 해주려고 하고,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초청장이 나온다”며 답답해 했다. 정기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북한과 농업·경제 분야 교류 활동을 하는 그는“김정은이 이랬다저랬다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며 “한 번 내려온 방침이나 지시를 따랐다가 나중에 말을 바꿔서 트집을 잡을까 겁을 먹은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명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이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의 통치 방식은 ‘공포정치’로 요약된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으로 공포정치의 정점을 찍은 김정은 체제에서는 당·정·군의 ‘실세’로 거론됐던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옷을 벗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잦아졌다. 간부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극대화될수록 체제 보위 의지와 충성심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를 강조하는 국가에서‘진언’을 할 수 있는 측근마저 존재하지 않으면 김정은 체제의 정책 불안정성과 정책 혼선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무력부 건설자재 전시회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수령’은 유일무이한 절대적 존재다. 간부들과의 회의나 모임, 현지 지도에서 지나가듯 내뱉는 한마디도 모두 ‘최고 존엄’의 ‘말씀’이고 이는 곧 정책으로 공식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령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이른바 ‘수령의 무오류성’을 전제로 한 북한 체제 특유의 통치 방식이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판단은 완전 무결하지 않기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간부마저 곁에 없으면 정책이 오락가락하거나 북한 체제 현실과 동떨어지는 생뚱맞은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체제 들어 단행된 핵심 지배 엘리트에 대한 숙청과 잦은 인사 등 공포통치는 간부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 그래서 김정은의 오류에 제동을 걸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용기를 타고 지난 15일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현장을 시찰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비행을 마친 후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주요한 기능을 담당해 온 지배 엘리트그룹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권력기반 구축에 동참했던 다수의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실각하면서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목도했다. 군권 장악의 일등공신인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 김영춘·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장성택 등 김정일 위원장의 운구차를 호위한 이른바 ‘8인방’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이다. 김정은 체제의 새로운 인물로 대내외의 큰 관심을 받았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과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도 숙청 또는 실각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정책 혼선


북한 전문가와 정부 안팎에서는 합리적 정책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북한 체제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정책 혼선 정도가 심각하고 그 횟수도 비교적 잦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의 초고속 권력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인 2013년 4월 대남 위협 수위를 높히며 평양 주재 외교관 대상으로 ‘곧 전쟁이 발발하니 출국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가 전체 외교단이 잔류 결정을 내리자 없던 일로 하거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무리수를 둔 점, 미숙한 대중·대미 외교 행보 등은 김정은 체제의 정책 결정이 혼선을 빚은 대표적 사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정신병자’또는 ‘미친 개’라며 막말을 쏟아내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다며 지난해 10월 최룡해·황병서·김양건 등 고위급대표단을 인천에 내려보내 2차 고위급 접촉 재개를 약속해놓고 사흘 만에 서해 NLL(북방한계선) 침범 및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겨냥한 고사총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정책 결정이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2014년 10월4일 북측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남측을 방문해 고위급 남북접촉을 가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엘리트 계층에 대한 처형이나 인사 교체가 너무 잦으면 이들의 체제 충성도는 약화하고 체제 안정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 결정도 오락가락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표면적으로 북한이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김정은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만한 간부도 없고 김정은의 독단이 더 강화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공포통치를 지속하면 북한의 경제사정이 나아진다 하더라도 체제에 미세한 균열이 가해지기만해도 엘리트 그룹이 심한 동요를 일으키고 체제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권력 엘리트 그룹의 이탈자가 소수였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다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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