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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두 지음/현암사/3만6000원
표절론/남형두 지음/현암사/3만6000원

동료나 제자가 애써 쌓아놓은 지식을 도둑질한다는 의미의 ‘표절’은 한국 지식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학계에 상존하는 ‘침묵의 카르텔’과 ‘여론재판식 문제 제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일부 교수사회에서 표절을 관행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교육부 장관 후보에 올랐다가 ‘표절 무개념’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인사나, 신임 총리 자리에 오른 인물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표절 관행을 뿌리 뽑을 뾰족한 해결책은 찾기 어렵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펴낸 신간 ‘표절론’은 표절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연구서다. 표절 자체를 학문 연구 대상으로 삼아 사회과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표절 당사자는 물론 언론의 막무가내식 문제제기에도 분명히 문제 있다고 지적한다.

지식인들 ‘침묵의 카르텔’속에는 언론의 무작정 파헤치기에 대한 반감이 내재돼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진영을 공격하고자 논문 표절 사례를 찾아내 언론에 제보함으로써 검증 결과와 상관없이 낙인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표절 혐의를 받은 인물이 여론의 포화를 받고 낙마하면 그로써 상황이 종료될 뿐 더는 논쟁이 이뤄지지 않는 점은, 표절이 근절되지 않는 주요인이다.

저자는 책에서 “지식을 특정인이 전유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져 동서양 철학과 역사적 맥락에서 검토한다.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의 틀에서 지식을 보호하는 규범체계가 발달한 서양과, 남의 지적 성과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던 동양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지식 보호의 전통을 살펴본다.

저자는 “ 표절에 대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표절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이 책은 정직하면서도 자유롭게 글 쓰는 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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