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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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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27 21:17:36 수정 : 2015-02-27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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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는 조용하다. 봄의 노래는 들릴 듯 말 듯한다. 깊은 산골 움집 처마에 내걸린 수십개의 고드름은 봄눈 녹 듯 녹고, 폭설이 내린 뒤 먹이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오던 짐승들도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간다. 눈이 녹아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청량하다.

봄이 오는 첫 신호는 뭐니 뭐니 해도 쑥이다. 우리나라에서 쑥이 파랗게 가장 먼저 올라오는 곳은 경남 통영 주변의 작은 섬이다. 제주도보다 기온이 따뜻해 사실상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첫 쑥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도다리 쑥국이 이곳 ‘먹거리 명품’으로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봄소식이 통영의 서호 전통시장에서부터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살이 포동포동 찐 도다리, 싱싱합니더”, “도다리 쑥국은 우리 집이 최고제. 진짜 직입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인들의 손님 부르는 소리는 겨울은 벌써 가고 봄이 찾아왔다는 신호와 다름 없다.

봄의 전령은 곳곳에서 찾아온다. 중부지방에서도 복수초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 복수초는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해서 원일초, 눈 속에서 핀 모습이 연꽃 같다고 해서 설련화로도 불린다. 해남 미황사 동백, 섬진강변 매화, 구례 산수화도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니 봄이 잡힐 듯 말 듯하다.

봄이 오는 소리는 비단 이뿐이 아니다. 벌써부터 농촌은 봄맞이로 바쁘다. 농부들은 긴 겨울 동안 게을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농사에 나서느라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꽁꽁 언 밭을 일구는 아낙네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이랴” 하며 소를 모는 촌부의 목소리는 오래전에 들었던 반가운 소리다.

봄이라고 모두에게 다 봄일까. 봄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수백통의 이력서를 넣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의 방황은 계속되고, 구조조정이다, 승진 인사다 해 ‘물먹은 사람’에게 봄은 남의 얘기다. 장바구니를 쳐다보며 한숨 내뱉는 주부들도 매한가지다.

봄은 시작, 소생, 탄생, 활력의 신비한 기운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봄이 오는 소리는 우리에게 희망이요, 꿈이다.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뜨게 하옵소서….’(박희진 시인· 새봄의 노래)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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