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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퀴즈를 냈다. ‘런던에서 맨체스터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두둑한 상금 욕심에 많은 사람이 응모에 나섰다. 물리학자, 수학자, 설계사, 회사원, 학생들이 저마다 기발한 해답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한 답안은 이러했다.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사람의 인생길은 맨체스터로 가는 길보다 훨씬 멀고 험하다. 비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날들이 숱할 것이다. 그 길을 무사히, 행복하게 가자면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은 여행의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중동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동반자 외교를 펼친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앞으로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진정한 라피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하자 살만 국왕은 “라피끄에는 사막에서 먼 길을 가기 전에 친구를 정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라피끄는 먼 길을 함께 할 동반자라는 뜻을 지닌 아랍어다.

개인이든 국가든 좋은 동반자의 필수조건은 공감이다. 공감은 어두운 터널 안에 있는 사람에게 터널 밖으로 어서 나오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다. 기꺼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 묵묵히 옆자리에 앉는 일이다. 그 사람이 만약 비를 맞고 있다면 함께 비를 맞아 주는 일이다.

악성 베토벤의 성공엔 이런 공감의 동반자가 있었다. 어머니였다. 천둥이 치는 어느 날, 소년 베토벤이 마당에서 혼자 비를 맞고 있었다. 소년은 나뭇잎에 스치는 비와 바람의 교향곡에 흠뻑 빠졌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집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꼭 껴안았다. 함께 비를 맞으며 “그래,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함께 들어보자”고 말했다. 아들은 신이 났다. “엄마, 새소리가 들려요. 저 새는 어떤 새죠? 왜 울고 있어요?” 어머니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아들의 질문에 다정하게 응대했다. 위대한 베토벤의 교향곡은 아마 그때 밀알처럼 싹이 돋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동반자를 원한다. 인생길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비책이 있다. 바로 나 스스로 좋은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홀로 비를 맞는 상대에게 다가가 함께 비를 맞는 일이다. 라피끄! 그런 영혼의 동반자가 부쩍 그리운 세상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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