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2015년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발언은 경제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경제 부총리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표명한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앞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 모여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을 지지하며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조만간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에 나서며 국제적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도 이날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확장적 거시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기 및 금융상황에 맞춰 미세조정할 부문이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차관은 특히 “정책은 관련기관과 믹스(정책조합)가 돼 나와야 효과가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최 부총리의 인식이 달라진 것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운을 떼고서 “저물가의 장기화는 경제주체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를 기록했지만, 담뱃값 요인에 따른 상승분을 빼면 -0.06%로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계속되는 물가 하락세를 끌어올릴 뚜렷한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금리전쟁, 유로존의 변화, 러시아의 경제위기 등 대내외 환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현재는 우리 혼자 잘산다고 될 수 있는 경제가 아니고 세계 경제여건이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고도성장기에 살아본 경험을 가진 국민의 기대는 그게 아니다”면서 “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플레발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 저물가로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경기가 더 침체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며 “게다가 이 상태로 간다면 디플레이션이 상당히 고착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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