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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왕따 젊은이들 외면…유럽 극단주의 키워"

입력 : 2015-03-06 20:59:01 수정 : 2015-03-06 21: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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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혐오·네오나치 등 기승 #1. 영국의 파키스탄계 이민자 2세인 이브라힘 아흐메드는 1999년 이슬람 테러단체 가담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다. 런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축구를 사랑하고 팝송을 즐겨 들었던 그가 일순간 테러범으로 전락한 데는 학창 시절 느꼈던 좌절과 분노가 컸다. 급우들은 그의 피부색이 다르다며 언어·신체 폭력을 행사했다.

#2.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 폭파 기도 혐의로 1995년 체포된 로베르트 오렐(34)은 ‘네오 나치’를 신봉하는 극우주의자다. 오렐은 무슬림 학교 친구들이 아리안족인 자신을 놀리는 것에 분개해 극단주의에 빠졌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은 뒤 네오나치와 연계된 훌리건(과격 축구팬)들과 어울리며 자기방어 및 보복을 별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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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두 개의 결과, 동일한 경로: 급진 무슬림과 네오나치’라는 제목의 6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현재 유럽에서 득세하는 양 극단주의가 한뿌리에서 나왔다고 진단했다. 유년 시절 겪은 이해 못할 차별과 왕따(집단 따돌림)에 위협을 느낀 이들이 “너는 외롭지 않다”며 접근하는 극단주의 세력에 쉽게 이끌린 결과라는 것이다. 네 권짜리 ‘테러리즘의 심리학’(2005)의 저자 존 호건 미국 매사추세츠대 대테러리즘센터 소장은 “극단주의자들은 종교와 인종, 이념 등 각기 다른 명분에도 연루와 개입, 동참 과정이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대개의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받으면 절망에 이어 분노하게 된다. 조직적 극단주의 세력은 이런 상태의 미성년자를 집중적으로 노린다. 그들에게 현재의 고통이 얼마나 부당하며 비슷한 처지에 놓인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설명한 뒤 ‘어이 없는’ 현재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일러준다. 아흐메드는 1997년 런던 남부 이슬람사원에서, 오렐은 ‘위대한 바이킹족’을 내건 펑크록 친목모임에서 포섭됐다.

한때 톨레랑스(관용)로 명성이 자자하던 유럽은 최근 수년 새 네오나치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 반유대주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민자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내건 극우 정당과 “하나의 유럽은 허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극좌 정당이 온갖 선거를 휩쓸고 있다. 유로폴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발생하는 극단주의 공격은 매년 500건이 넘는다. 에이미 손턴 영국 런던대 교수(범죄·안보학)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며 수십년간 누적된 증오와 대립의 고리를 끊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럽 극단주의 광풍의 원인 분석은 이미 끝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책 소외자들의 불만을 ‘과격·불법 행위’로 치부한 뒤 낙인과 격리 조치로 이들의 사회 재편입을 원천봉쇄한 각국 정부가 오늘날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호건 소장은 “중세에 사장된 것으로 알고 있었던 야만의 도래에 대해 우리는 ‘왜’ 대신 ‘어떻게’를 질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극단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격분자들에 대한 정교한 감시·관리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맞춤형 상담과 면밀한 관찰, 충분한 대화에 있다고 NYT는 주장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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