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일부 해병대 부대와 해외 파병부대의 장병이 군복에 태극기를 단다. 대부분의 장병은 군복에 부대 마크만 붙인다. 모든 장병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기로 한 것은 국가와 군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국기는 국가를 상징한다. 국경일이나 주요 기념일에 국기를 달고, 공공·민간단체의 공식 행사에서 국민의례 첫 순서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이유다. 선진국에서도 국기를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소중히 여긴다. 미군 전투복에도 성조기가 달려 있다.
요즘 군의 기강이 말이 아니다.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 장교들이 방위사업 비리 사건에 줄줄이 엮여 쇠고랑을 찼다. ‘군피아’의 복마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군은 방산 비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어제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추모사를 통해 “천안함 용사들의 영령 앞에 너무도 부끄럽고 통탄스러운 통영함 비리 같은 방위사업 비리를 완전히 뿌리 뽑아 다시는 이런 매국행위가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겠는가. 게다가 장성 등 고위장교가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사건이 연이어 드러난 데 이어 군 골프장 캐디 성희롱 사건까지 불거졌다. 군의 명예와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군에 대한 국민 불신 또한 최고조에 이르렀다. 군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군복에 태극기를 붙인다고 나라와 군에 대한 자긍심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정신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처신은 종전 그대로인데 군복에 태극기만 단다면 국기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나라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면서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 군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강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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