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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1일 구글이 ‘구글 멘탈플렉스’라는 새로운 검색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구글 홈페이지에 그려진 회전판에 집중하면서 키워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검색이 된다는 것이다. 구글은 2002년 같은 날엔 “수많은 비둘기들이 검색자료를 찾아주는 시스템”인 ‘피전 랭크’(Pigeon Rank)를 선보인다고 했고, 2007년에는 지메일을 인쇄해 택배로 배송해주는 ‘지메일 페이퍼’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다. 유쾌한 기업문화를 지향하는 구글의 ‘4월 바보의 날’(April Fools’ Day), 만우절 장난이다.

유력 언론사들도 이날엔 장난 기사를 만들어내곤 한다. 2008년 ‘영국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 부인인 모델 출신 카를라 브루니를 영국인의 패션 자문역으로 임명한다’는 영국 가디언 보도가 그 예다. 기사 작성자 이름이 ‘4월 바보’를 뜻하는 프랑스어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의 어순을 바꾼 ‘아브릴 드 푸아송’(Avril de Poisson)이었다. 언론사 기자들은 이날만큼은 외신을 볼 때 긴장해야 한다. 유머 감각이 부족하면 유력 언론의 공신력만 믿고 오보를 퍼뜨리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거꾸로 12년 전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張國榮)이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날이 공교롭게도 만우절이어서 영화팬들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당시엔 율리우스력에 따라 3월25일에 새해가 시작됐고, 새해 축제 마지막 날인 4월1일에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 프랑스 왕 샤를 9세가 1564년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여 지금의 1월1일을 새해 첫날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사람들은 예전 방식대로 새해 축제를 열었고,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새해 축제를 흉내내고 성의 없는 선물을 보내는 장난을 쳤다. 이것이 유럽 전역에 퍼졌다는 것이다.

만우절은 진실과 거짓에 대해 되새겨볼 좋은 기회다. 그럴듯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여도 되지만, 가벼운 장난이라는 전제가 달린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재미다. 한바탕 웃고 끝난다. 그래서 사회에 과도하게 퍼진 긴장감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웃을 일이 드문 우리에겐 매우 유용한 날이다. 진실에 대비되는 거짓이 항상 만우절만 같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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