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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칼럼] ‘무지개 나라’와 21세기 아시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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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2 21:40:56 수정 : 2015-04-12 22: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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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번영 위한 새 리더십 부재
한국 장점 살린 미래 청사진 나와야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3월23일 91세로 생을 마감했다. 비록 도시국가 지도자였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싱가포르를 제3세계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킨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을 겸비한 리더였다. 20세기 아시아의 역사를 바꿔놓은 대표적인 리더들을 다양한 기준으로 선정할 수 있지만 리콴유와 유사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로서 중국의 덩샤오핑과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리더십을 토대로 한국, 중국, 싱가포르는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했고 그 결과 아시아 부상의 원동력이 됐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적 정치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21세기 아시아의 지속적인 번영과 안보를 위해 어떠한 유형의 리더십이 필요할까. 이 문제를 가지고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이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중국은 1978년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14년 말 현재 구매력평가 국내총생산(GDP)으로 봤을 때 중국(17조6300억달러)이 미국(17조410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물론 명목 GDP로 보면 미국경제(17조4100억달러)가 여전히 중국경제(10조 3500억달러)보다 크다. 하지만 2025년에 즈음 명목 GDP 수치로도 중국은 세계 제1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이러한 경제신화의 주역은 다름 아닌 일당독재 체제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공산당이다. 이에 중국의 지도자들은 서구식 사고방식, 자유민주주의, 인류보편적인 인권 등을 갈망하는 자국민을 계속 탄압하고 있으면서 ‘중국형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1945년 패전 이후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했고 다양한 형태로 국제사회에 기여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의 일본은 민주주의적 국가 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지도자들은 더욱 우경화되고 있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지도자들은 가장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제국주의 시대를 미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록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했지만 일본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전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억지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며칠 전 1945년 5월 당시 일본 규수대 의대생이었던 89세의 노인이 8명의 미군포로를 생체실험 했다는 끔직한 사실을 실토했지만 1932년에 설립된 관동군 소속 731부대의 극악적인 생체실험이 이미 밝혀진 만큼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비극적인 현실은 일부 양심적인 일본인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그들의 참담한 역사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바른 역사에 대한 집단적 학살과 다를 바 없다.

21세기 아시아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유형은 중국에도, 일본에도 없다. 바로 한국에 있다. 왜냐하면 한국만큼 아시아의 빛과 그림자를 뼈저리게 경험한 나라도 사실상 없다. 특히, 한국만큼 산업화·민주화·세계화 등을 가장 빠른 속도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제도화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아시아의 부상과 함께 분출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국가적 패러다임을 가장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몽골어로 한국은 ‘솔롱고스’, 즉 무지개 나라다. 한국은 가장 유교적·불교적·기독교적·민주적인 나라,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나라,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도 민족의 얼을 지킨 나라, 전 세계에서 힘이 가장 센 나라 및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와 공생하는 나라, 역사를 받아들이는 나라인 것이다.

21세기 아시아가 필요한 것은 전통·미래·개혁·자유·공유 등의 핵심적인 가치가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민족국가이다. 아무리 중국의 힘이 세지고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된다 하더라도 국가 리모델링 능력이 없으면 아시아는커녕, 자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한국의 독특한 장점이 성공적인 국가 리모델링 능력이라고 볼 때 우리는 21세 아시아가 필요한 리더십을 반드시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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