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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목숨 놓고 벌이는 치열한 두뇌싸움

입력 : 2015-04-17 02:27:50 수정 : 2015-04-17 02: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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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미리 만난 뮤지컬 ‘데스노트’ “마치 신이 된 양 사람을 마구 죽이더니, 결국 마지막엔 너무나 인간답게 처참히 뒈지는군. 아무것도 안 남아, 아무 의미도 없고. 정말, 이런 게 제일 재미 없단 말야.”

15일 밤 일본 도쿄 중심가 닛세이극장 무대. 뮤지컬 ‘데스노트’의 사신 ‘류크’ 역의 요시다 고타로가 마지막 대사를 거침없이 토해내자 피날레를 숨죽이며 따르던 관중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오는 6월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일본 뮤지컬 데스노트를 현지에서 미리 봤다.

15일 일본 도쿄 닛세이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데스노트’. 데스노트를 주운 천재 대학생 라이토와 명탐정 엘의 두뇌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데스노트는 일본 만화가 오바타 다케시의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일본에서만 3000만부 이상 발행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과 유럽, 미국 등 세계 35개국에서 번역된 히트작이다. 독창적인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여러 장르로 변주된 이 작품은 뮤지컬로 제작돼 지난 6일부터 초연되고 있다.

이름을 쓰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사신(死神)의 ‘죽음의 공책’인 데스노트를 둘러싼 이야기다.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그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렸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품이다.

800여명이 찾은 이날 공연에서 우라이 겐지는 데스노트를 손에 넣고 ‘정의의 심판자’를 자처하며 타인의 목숨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괴물로 변해가는 ‘라이토’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엘’ 역의 고이케 뎃페이도 만화 속 모습 그대로 구부정한 자세로 눈을 희번덕이는 음침한 분위기의 엘을 제대로 연기했다.

이날 극의 중심은 사실상 류크 역의 요시다였다. 데스노트를 인간 세계에 떨어뜨리고 나서 ‘라이토’가 살인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는 노련한 배우답게 괴기스러운 외모와는 다른 능청스럽고 코믹한 동작과 대사로 극의 줄기를 이끌었다. 노래 없이 연기하는 상당한 분량을 잘 소화해 이름값을 했다. 프랭그 와일드혼의 귀에 쏙 들어오는 밝고 경쾌한 현대적 음악은 공연 내내 극 전반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럼에도 사신들의 조악하고 촌스러운 의상과 분장, 일부 배우의 미흡한 가창력은 분명히 지적돼야 할 부분이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이 작품을 라이선스 공연으로 6월 20일부터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한국 공연은 김준수(명탐정 엘), 홍광호(라이토·키라), 정선아(미사·라이토의 여자친구), 박혜나(렘·여자사신), 강홍석(류크·남자사신)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광호와 김준수 캐스팅은 ‘황금 듀오’라 할 만하다. 고급스러우면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매력인 홍광호는 방어하는 라이토, 가슴을 찌르는 쇳소리가 일품인 김준수는 공격하는 엘 역에 적격이라는 반응이다. 두 스타를 한 무대에서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한 달 반의 공연 기간 원캐스트로 나선다.

이날 일본 공연을 지켜 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국 공연에서는 우리 관객 눈높이에 맞게 무대와 의상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일본풍인 데스노트가 한국 관객도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도쿄=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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