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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천공인기대지(天工人其代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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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0 20:41:17 수정 : 2015-04-20 20: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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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업종에 따라 일의 쉽고 어려움, 소득의 많고 적음, 바쁘고 여유로움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직업 자체는 고귀한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발전과 가족을 위하고, 궁극적으로 사회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에 몰입해 있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직업은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서경’은 직업을 일러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 하는 것이다(天工人其代之)”라고 했다. 조선 ‘태조실록’에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없어지나니 이는 세상의 이치니라(天下之事 勤則治 不勤則廢 必然之理也)”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하늘이 맡긴 천직(天職)으로 알고 열과 성을 다해 임하라는 권면이다. 

이토록 직업은 사람의 존재성을 좌우할 정도로 가치가 있건만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우울하기만 하다. 대졸 실업자가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예컨대 지난주 말 치른 국가직 9급 공채 시험에서 3700명을 선발하는데 수험생은 총 19만987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51.6대 1이었다. 교육행정 분야의 경우는 10명 선발에 7343명이 지원해 734.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니 청년실업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취업하겠다며 열정을 다하는 젊은이에게 밝은 미래는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자립할 시기임에도 부모에게 기대어 살면서 학교에 다니는 것도, 직업훈련을 받는 것도, 취업에 대한 의욕도 가지지 않은 채 세월만 낭비하는 니트(NEET)족 같은 청년백수에 비할 바 아니다. ‘논어’는 이렇게 꼬집고 있다. “하루 종일 배불리 먹기만 하고 아무 마음 쓰는 것 없이 빈둥거리면 정말 딱한 일이다(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활발한 기업 투자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의 채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이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는 ‘삼포세대’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天工人其代之 : ‘직업은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 하는 것이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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