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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베를린·뉴욕… ‘도시의 민낯’ 더듬다

입력 : 2015-04-21 21:12:18 수정 : 2015-04-21 23: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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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가, 5월 17일까지 금호 미술관·학고재 갤러리서 초대전 20세기 독일 표현주의 문학의 거장 알프레트 되블린의 장편소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민음사)이 전시장에 펼쳐져 있다. 소설은 타락한 대도시의 운명에 매몰된 남자가 부르는 자기 인식과 구원의 노래다. 내적 독백과 몽타주 기법으로 삶의 혼돈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때론 불편하고 악몽을 꾸게 할 것만 같은 소설이다. 서용선 작가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도시그림을 한창 그리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소설을 읽게 됐다. 인간실존의 결집체로서 도시를 보는 관점에 공감했다. 대공황기 독일 베를린의 민낯을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도시인의 자화상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통찰하고 있는 서용선 작가(오른쪽 사진)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역삼역의 이미지를 담은 그림. 달려가야만 하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의 모습이 일렁거린다.그에게 도시는 역사의 구조 속에서 인간의 삶이 농축된 곳이다.
도시는 어쩌면 인간군상들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시대의 자화상도 그 속에 담겨 있다. 양평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서울 외곽에 머물면서 ‘도시서울’의 맨얼굴을 더 잘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한 권의 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사 앞에서-한 사학자의 역사일기’(창비)다. 역사학자 김성칠이 격동하던 해방 후 모습과 급박하던 6·25전쟁 초기 1년여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아버지가 들려주신 정릉과 돈암동 일대의 전쟁 중 상황과 너무나 일치했다. 시간의 구조 속에서 서울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앞만 보고 달려 온 삶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도시는 삶의 방식의 구체적 형상이다.

“나의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있던 미아리는 이제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역사가 있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억의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기억의 지워짐은 ‘상처’가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기억의 고향’을 상실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촌 등 걷고 싶은 길들이 뜨고 있는 이유도 마음의 고향이 없어서다. 흔적, 정서 등을 대리만족하기 위해 골목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시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의 그림 속 익명의 무심한 시선들은 이 시대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도시의 시대적 징후를 포착해 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모든 정보와 권력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뉴스를 통해 소통을 할 뿐이다. 세월호 사고와 같이 뉴스가 현장보다 도시를 더 긴장시켜주는 이유다. 뉴스가 도시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도시 집중의 견인차는 지하철이다. 정보와 권력 집중의 촉매제가 됐던 것이다. 그의 작품 속에 지하철 풍경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뉴욕 지하철 그림엔 제3세계 이민자들뿐 아니라 중국인도 등장한다. 현실의 반영이다.

“지하철은 현대인들에게 공간체험을 새롭게 하였다.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 보고 있어야 하는 우리는 무언극의 연극배우들이다. 누구나 자신들의 대본을 준비해야 한다. 신문을 읽거나 광고를 보는 척하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혹은 옆에 있는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면서 대화를 한다. 밀폐된 공간 속에서의 행동은 매우 조심스런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는 심리반응을 동반한 행동이다.”

그의 초대전이 금호미술관과 학고재 갤러리에서 5월 17일까지 열린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베를린, 뉴욕, 서울, 베이징, 멜버른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목조 두상과 입상, 세월호 참사와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등이 담긴 목판각화도 볼 수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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