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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낡은 수첩 접고 인망·능력 기준으로 새 총리감 골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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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1 21:25:53 수정 : 2015-04-21 21: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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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몸이 덜 풀린 채로 등판했다는 촌평이 나온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아닌 국정 3인자가 어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 전면에 나선 모양새가 됐으니 대한민국 정치와 정국에 대한 분노와 냉소를 담은 촌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으로 비운 자리를 메워야 할 이완구 총리는 앞서 사의를 표명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걸려 조기 낙마한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 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도 했다. 여기서 ‘이 일’은 총리의 사의 표명이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 당부가 아니더라도 국가적으로 화급한 과제가 수두룩하다. 그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국정의 중심을 확고히 다잡는 일이다. 검찰은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로 정치권 전반에 그늘을 드리운 부정부패 의혹을 조속히 걷어내야 한다. 국회 또한 경제·민생을 돌보는 소임을 다해야 한다.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무거운 짐은 박 대통령 스스로 지고 있다. 새 총리 인선이 민심을 수습하는 첫 단추라는 점을 거듭 명심할 일이다.

이 총리가 20일까지 재임한 기간은 64일이다. 공식 퇴진까지 여분의 시간이 있기는 해도, 1960년 허정 전 총리의 기록을 넘어 사실상 헌정 사상 최단임 총리로 남게 된 것이다. 개인 불명예일 뿐만 아니라 정권 차원의 불명예라는 점을 부정할 길이 없다. 앞서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중도하차하는 불상사도 있었으니 박근혜정부의 총리 인사 헛발질은 국민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박 대통령이 할 일이 있다. 새 인선을 앞두고 낡은 수첩부터 접어야 한다. 대통령 심중을 읽는 가까운 이들에게만 총리감을 묻고 일단 정하면 무조건 밀어붙이는 패턴도 바꿔야 한다. 수첩을 접고 인의 장막에서 벗어나면 당파의 벽을 넘어 폭넓게 총리감을 구할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대탕평’의 길도 거기에 있다. 박 대통령이나 그 주변 사람들에게 과거에 어떻게 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 물론 능력만이 유일한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인망, 덕망이 얼마나 중요한 공인의 가치인지 절감하지 않았는가. 인망과 능력을 고루 갖춘 인사를 찾아야 한다.

지금 시중에는 친박 성향의 후보군 이름이 나돌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가급적 기피해야 할 선택이다. 박근혜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있느냐 여부도 이번 선택에 달려 있다. 국가를 밝히는 등불이 거센 바람에 휩쓸리는 형국이다. 박근혜정부는 심기일전해 집권 3년차의 귀중한 시간을 더 이상 헛되게 흘려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후임 인선이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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