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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성폭력에 비리까지' 軍 사건사고 잇따르는 이유

입력 : 2015-04-22 09:56:57 수정 : 2015-04-22 15: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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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군 내 가혹행위 등 부조리에 대한 국방부의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반면 일선부대에서는 위기의식을 아직까지 잘 느끼지 못해 걱정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GOP 총기난사 사건,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잇따라 발생하는 병영 내 성폭력으로 군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국방부는 ‘병영문화혁신위’를 구성해 구태와 악습에 젖은 군 내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한편 성 인지 교육 강화, 가해자 엄벌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 성폭력·가혹행위 묵인·청탁 비리까지

21일 군 검찰은 국방부 예하 모 사령부 소속 A 준장이 지난해 3월 부하 병사의 가혹행위를 묵인한 혐의를 확인하고 약식 기소했다. A 준장은 해당 병사의 친척과 가까운 사이인 전직 합참의장의 선처 부탁을 받고 가혹행위를 처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준장은 합참의장을 지낸 이 인사의 사관학교 후배로 뇌물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체가 생산한 무기의 평가를 담당하는 육군 시험평가단장을 지낸 B 준장은 청탁을 받고 지인의 아들을 방산업체에 취업시켰다.  또한 군 복무 중인 지인 아들들의 보직 변경을 청탁받아 그 대가로 13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21일 구속됐다. 지인의 아들 중에는 B 준장의 청탁에 힘입어 통신병에서 부군단장 당번병으로 보직을 옮긴 사람도 있었다.

군 내 성폭력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군 검찰은 21일 국방부 예하 모 병원에서 근무하는 군의관을 간호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했다. 이 군의관은 지난달 말 술자리에서 하급자인 간호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해군 모 부대 소속 중령이 여군 하사관을 수차례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 온정주의·폐쇄적 문화가 원인

군은 성군기 위반 사건이 빈발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지난달 잘못을 저지른 간부를 퇴출하는 ‘원아웃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수하지 않은 간부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사건들은 국방부가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우리나라 특유의 온정주의와 선후배 문화, 악습을 악습으로 여기지 않는 폐쇄적인 군 내 문화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사관학교 선후배나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등의 학연, 지연 등에서 비롯된 온정주의가 문제”라며 “법과 원칙보다는 청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악습이 온정주의와 만나면 비리가 싹틀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옛날에는 넘어갈 수 있었던 일들이 지금은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범죄로 규정되는 것에 둔감한 군 간부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꾸준한 교육과 수뇌부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軍 “지금은 과도기, 믿고 기다려달라”

국방부를 비롯한 군 수뇌부도 문제의 원인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호국훈련 현장을 순시하는 한민구 국방장관.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수십년간 쌓여온 적폐가 몇 개월만에 사라지겠느냐”며 “작년부터 시작된 병영문화혁신의 성과가 가시화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일종의 과도기라 할 수 있다”며 “‘제2의 윤 일병 사건이 터지면 그때는 모든게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노력하고 있으니 국민들께서 군을 믿고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군사전문가는 “만약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한다면, 국방부로서는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없다”며 “‘학문에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병영문화 혁신과 부조리 철폐를 위해 군 수뇌부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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