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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히스패닉 파워… 美 대선판 ‘갑’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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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6 19:56:12 수정 : 2015-06-09 19: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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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민주·공화 잠룡들 ‘표심잡기’ 경쟁 치열
히스패닉(라틴계 미국 이주민) 파워가 미국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거나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이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그 어느 때보다 열띤 구애를 하고 있다. 다인종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제치고 백인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커뮤니티로 급성장한 히스패닉이 어느 당과 후보를 지지하느냐가 주요 선거의 판세에 갈수록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히스패닉 유권자 매년 100만명씩 증가

불법이민과 빈곤, 범죄 등의 어두운 이미지로 상징되던 히스패닉이 미국의 주류 정치질서를 좌우하는 ‘갑’으로 대우받게 된 것은 1차적으로 인구성장 덕분이다.

지난 3월 발표된 미국 인구조사국(USCB)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554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4%를 차지하고 있다. 흑인(4203만명, 13.2%), 아시아계(1708만명, 5.4%)를 제치고 백인(1억9810만명, 6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머릿수다. 대부분 가톨릭 신자인 히스패닉은 낙태를 금지하는 종교적 영향으로 출산율이 원래 높은 데다 남미에서 꾸준히 이민자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USCB는 2060년이 되면 히스패닉 인구가 1억1904만명으로 28.6%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인 4명 중 한 명은 히스패닉이 되는 셈이다.

이런 폭발적 인구 증가는 자연스레 유권자 파워로 이어진다. 2010년 2130만명이었던 히스패닉 유권자는 지난해 상하원 중간선거 때 2520만명으로 늘었다. 지난 4년간 매년 약 100만명씩 성장한 셈이다.

이주민으로 구성된 히스패닉 사회는 전통적으로 이민자에 관대한 정책을 펴온 민주당을 지지했다. 특히 최근 주요 선거에서 인종 계층별 표심이 양분된 가운데 히스패닉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는 바람에 민주당이 승기를 잡는 현상이 적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표의 67%를 얻었다. 2012년 대선에선 71%를 쓸어담았다. 의회 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미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68%가 민주당을 찍은 반면 공화당을 찍은 히스패닉은 30%에 불과했다. 2014년 중간선거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가 62%로 다소 하락했지만 히스패닉은 여전히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공화 잠룡들, 히스패닉 껴안기 경쟁


두 번의 대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공화당에서는 히스패닉 표심을 돌려놓지 않고서는 차기 대선도 승산이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일까.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선언이 예상되는 공화당 잠룡들의 상당수가 히스패닉과의 ‘특별한 인연’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정통 정치명문가인 부시가(家) 일원이자 공화당 유력대선 후보로 꼽히는 젭 부시(62)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히스패닉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멕시코계와 가깝다. 그는 멕시코 출신 가난한 여성인 콜룸바와 결혼했으며.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종교도 가톨릭이다.

2009년 자신의 유권자 등록 서류의 인종·민족 구분란에 ‘히스패닉’이라고 표기했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히스패닉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출사표를 던진 공화당의 젊은 기수 마코 루비오(44) 상원의원은 본인 스스로 히스패닉이다. 쿠바계 이민자의 아들인 루비오 의원은 쿠바계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플로리다 주에서 하원의원, 하원의장을 지내며 정치적 기반을 닦았다. 히스패닉 대통령의 탄생을 바라는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유권자 콘퍼런스콜(전화회견)에서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수호할 독특한 자격이 있다고 느낀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내 부동의 1강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68) 전 국무장관도 텃밭인 히스패닉 표 지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출마선언을 한 클린턴 전 장관은 첫 유세지인 아이오와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멕시코 요리 전문 체인점 ‘치폴레’에서 점심을 먹는 장면을 노출했다. 미국의 주류 문화를 상징하는 맥도널드가 아니라 히스패닉 코드의 치폴레를 찾은 것은 다분히 히스패닉 표를 겨냥한 계산된 행동으로 읽힌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5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해 히스패닉 사회의 숙원을 해결해줌으로써 클린턴 전 장관의 히스패닉 득표력에 힘을 보태줬다.

공화당이 히스패닉과 인연이 깊은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에 대비해 민주당은 클린턴 전 장관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멕시코 출신의 훌리안 카스트로(40)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스트로는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히스패닉으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한 인물로 ‘리틀 오바마’로 불린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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