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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육 지원 부도 사태, 정치권은 구경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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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7 20:37:40 수정 : 2015-04-27 20: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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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사태가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강원도와 전북도가 어린이집에 주는 누리과정(3∼5세) 운영비 지원을 중단했다고 한다. 강원·전북도교육청이 3개월치 예산만 편성했기 때문이다. 두 교육청은 각각 이달 운영비 13억원, 16억원을 어린이집에 주지 않았다. 지원 기한은 25일로 사흘이나 지났다. 교육당국이 부도를 낸 셈이다.

누리과정 운영비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보육료와는 별도로 교육청이 보육교사 수당 등에 쓰라고 어린이집 원생 한 명당 7만원씩 지원하는 돈이다. 교육청은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보증해줄 테니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하라고 했지만 교육청은 손사래를 친다. 지원이 끊기면 어린이집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대책 없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애먼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게 생겼다.

보육료 중단의 불길은 다른 지역으로 번질 태세다. 광주시의 경우 24일 교육청이 돈을 주지 않자 시가 일단 대납해서 급한 불을 껐다. 충북에서는 교육청이 4월까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바람에 내달부터 투입 재원이 바닥날 판이다. 말썽이 일자 도교육청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위기를 넘기기로 했다. 내달 재원이 고갈되는 경기도육청은 한 달짜리 ‘토막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른 교육청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전국에서 언제 보육대란이 터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보육대란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6개월 전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해 10월 “내년도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공개 선언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동안 서로 “네가 책임져라”며 책임공방만 되풀이했다. 여야는 지난해 말 누리과정 부족 예산 1조7000억원 중에서 5064억원을 예비비로 지원하고 나머지 돈은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법은 여야 힘겨루기 탓에 넉 달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혼란의 장본인인 정치권이 공약만 남발해놓고 뒷감당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아이들이 돈이 없어 보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나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재정 고갈로 번진 복지정책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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