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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충무공 표석 찼다간 혼쭐 납니다"

입력 : 2015-04-28 19:44:53 수정 : 2015-04-29 0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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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이순신 생가터’ 지키는 이정임 할머니 충무공 이순신 탄생 470주년을 맞은 28일 서울 중구 명보극장 앞 이순신 생가 표석 앞에 조촐한 제사상이 차려졌다.

이정임씨가 충무공 이순신 탄생 470주년인 28일 서울 중구의 이순신 생가터 기념 표석 앞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우중 기자
제사상을 차린 이는 ‘이순신 할머니’ 이정임(80)씨다. 이씨는 명보극장 앞에서 50년째 신문가판대를 운영하며 1985년 10월 표석이 생긴 이래 3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표석을 닦고 주위를 빗자루로 쓸었다. 인근 상인들은 이 할머니를 ‘이순신 할머니’로 부른다. 파라솔 아래서 좌판으로 시작한 가판대는 세월이 흐르며 깔끔한 컨테이너박스로 변했지만 이순신을 공경하는 이씨의 마음은 한결같다.



이정임씨가 충무공 이순신 탄생 470주년인 28일 서울 중구의 이순신 생가터 기념 표석을 어루 만지고 있다.
이우중 기자
이씨는 “이순신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는데 시민들이 그가 태어난 자리를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아 그냥 볼 수 없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처음에 한두 번하던 청소는 어느새 이씨의 일과가 됐다. 술에 취해 기념 표석을 더럽히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이씨에게서 꾸지람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씨는 2005년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씨는 “표창을 받은 것은 감사하지만 이후 구청은 표석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일침을 놨다. 가판대 인근에 위치한 을지로3가 파출소 정종대 소장은 “아침 순찰을 돌 때마다 할머니가 표석을 닦고 있는 모습을 본다”며 “정말 대단한 정성”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덕을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죽을 때까지 표석 관리는 내가 하겠다고 마음 먹은 만큼 앞으로도 이 표석을 깨끗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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