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은 우리 땅의 진달래 명소 중 가장 독특한 풍광을 지닌 곳이다. 억척스럽게 자란 진달래와 억새가 산을 감싸며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채롭다. |
봄의 정한을 느끼기 위해 찾은 곳은 경상남도 창녕의 화왕산이다. 전남 여수 영취산, 경남 창원 천주산, 경기 강화 고려산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진달래 명소가 많지만 이곳은 더욱 독특한 풍광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늦가을의 정취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억새와 봄의 절정을 보여주는 진달래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왕산 산행에서는 능선을 따라 걸으며 진달래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
다만,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심한 편이므로 등산화 등 최소한의 장비는 챙기는 것이 좋다. 물론, 험준한 만큼 오르면서 만나는 산의 풍광은 매우 아름답다.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수려한 산세가 산을 오르는 노고를 한층 덜어준다.
한참의 등산 끝에 마침내 만난 정상의 모습은 장관이다. 원래 화왕산은 화산이 폭발해 형성된 산지다. 정상이 다른 산들과는 달리 움푹 팬 분지 형태라 그곳이 오래전에는 불을 뿜던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분지를 둘러싸고 진달래가 화려하게 피었다. 봉우리를 둘러싸고 한쪽 사면은 붉은 진달래가, 또 한쪽 사면은 노란 억새가 만발한 형세다. 진달래와 억새,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다른 식물들은 찾기가 힘들다. 칼바람이 불고 물이 적은 산 정상의 환경 때문일 것이다. 늙고 병들면 꽃마저 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화왕산성 내부 억새길 |
화왕산성의 모습. 임진왜란 때 지금 모습으로 다시 축성됐다고 한다. |
산 정상에서 만날 수 있는 억척스러움은 진달래와 억새뿐이 아니다. 화왕산 정상의 분지는 산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원래는 가야 것이었던 이곳은 이후 임진왜란 때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축성됐다고 전해진다.
화왕산성 내부의 연못 용지. |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의병장 곽재우의 이야기도 남아있다. 진달래를 닮은 민초들의 손길이 닿아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산성 안에서는 전쟁 중 필수적인 물을 저장하는 연못도 발견할 수 있다. 이름이 용지(龍池)인 이곳도 평범한 연못이 아니다. 원래는 화왕산 분화구였던 까닭이다. 창녕조씨 가문의 득성(得姓)에 얽힌 전설이 어린 곳이기도 하다.
화왕산성 인근 진달래 군락지. 그 안쪽에 드라마세트장이 조성돼 있다. |
화왕산성 인근 드라마세트장. 드라마 ‘허준’, ‘대장금’, ‘상도’ 등이 촬영됐던 곳이다. |
화왕산성 인근 드라마세트장. 드라마 ‘허준’, ‘대장금’, ‘상도’ 등이 촬영됐던 곳이다. |
창녕=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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