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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만 쏠린 눈… 방치된 가정내 학대

입력 : 2015-05-03 19:46:22 수정 : 2015-05-04 09: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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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329건… 전체 84%나 차지
친부모 폭력 등 5년새 60% 늘어
사회 아닌 당사자 일로 인식 문제
아동 존중 사회 분위기 마련 시급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초등학생 A(12)군은 학교와 학원에서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숙제도 잘하는 모범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A군의 다리와 팔에는 붉은 멍자국이 가실 날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이웃은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조사 결과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잘못할 때마다 플라스틱 호스로 체벌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의 방 한쪽 벽에는 ‘숙제를 하지 않으면 30대’, ‘방을 치우지 않으면 20대’ 등 체벌 규율이 적혀 있었다. A군은 정서적으로 위축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톱이나 물건을 물어뜯는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복지법인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아동학대를 장소별로 분류한 결과 가정 내 아동학대는 ▲2010년 4972건(전체 아동학대의 87.9%) ▲2011년 5246건(86.6%) ▲2012년 5567건(86.9%) ▲2013년 5564건(81.9%) ▲지난해 8329건(83.9%)으로 집계됐다. 친부모에 의한 학대 건수도 2010년 4505건에서 지난해 7483건으로 크게 늘었다.

아동이 가정 내의 학대에 특히 취약한 이유는 아동학대가 흔히 ‘사회 문제’가 아닌 ‘당사자 간의 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B(12세)양의 가정 역시 겉으로는 여느 평범한 가정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급하고 다혈질인 어머니는 매일 B양을 구박했다. 왜소한 체격에 소심한 성격인 B양은 어머니에게 혼나는 것을 두려워해 가출하기도 했다. B양의 이상행동은 노숙과 절도 등으로 점점 악화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B양을 가정에서 지내게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B양 어머니의 괴팍한 성격과 B양의 지속적인 가출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결국 B양은 보호시설에서 거주하며 심리치료를 병행했다”고 전했다.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아동가족학과)는 “보육시설 종사자 등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의 범위를 확대하고 보호자가 아동에게 물리적 체벌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예방책’이 아니라 사후 대책 개선”이라며 “아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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