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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0표' 英 총선후보 "비참하고 고개 들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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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9 09:06:23 수정 : 2015-05-19 11: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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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다. 분명 ‘민주주의’에 반(反)하는 결과였다. 그래서 그는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켄트지역 메드웨이(Medway) 의회의 한 선거구에 후보로 출마했다가 ‘0표’를 얻은 폴 데니스(45·사진) 이야기다. (▶ 관련기사 : "내가 날 찍었는데?"…英 총선 후보, '0표'에 재개표 요구)

노동조합사회주의자연합(TUSC) 소속인 데니스는 영국 켄트 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개표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데니스는 “솔직히 말하면 지금 굉장히 비참한 기분이 든다”며 “직장 동료들 앞에서도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국 사우스이스턴 철도에서 열차 차장으로 근무 중인 데니스는 지난 총선에서 자신에게 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개표 결과 '0표 획득'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데니스는 자신에게 투표했다며 찾아온 여러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투표인명부에 새겨진 자신의 일련번호까지 언급하며, 분명히 데니스에게 표를 줬다고 주장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결과에 ‘비밀 투표’ 원칙마저 깨진 셈이다. 그렇게 데니스에게 찾아온 사람만 30명이 넘는다.


스스로 표를 던지고, 주변인들의 증언에도 '0표'라는 것은 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데니스와 TUSC 측은 주장한다. TUSC 대변인 차스 베리는 “데니스가 0표를 받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리는 “몇몇 사람들은 데니스에게 투표인명부 일련번호를 밝힌 것도 모자라 우리에게도 메일을 보내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재개표 요구에 많은 이들이 콧방귀를 뀌었지만, TUSC는 정확한 경위가 밝혀질 때까지 진상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탄원서 제출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들은 데니스를 향한 표가 어디로 갔는지 꼭 밝히겠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씁쓸한 반응이 나오지만, TUSC는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베리는 “데니스와 우리의 움직임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을 안다”며 “그러나 여전히 사라진 표에 대한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들도 생각해보라”며 “만약 뭔가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개표 요원에 어떠한 압력이 가해졌을지도 모르며, 자기네 당을 밀어내려는 물밑작업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총선일이었던 지난 7일(현지시각)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30분까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개표요원들이 단 15분밖에 쉬지 못했던 사실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장의 표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편 데니스가 출마한 선거구에서는 17표가 무효표로 집계된 가운데 보수당 후보 2명이 각각 2000표와 1000표 이상을 받아 당선됐으며, 영국독립당(UKIP)과 노동당, 자유민주당 후보들도 각각 200~1000여표를 받았다.

개표 결과가 나왔을 당시 많은 이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얼굴이 빨개진 데니스는 서둘러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는 며칠 뒤 “내가 나를 찍었고, 가족과 주변인들도 나를 찍었다”며 “개표결과가 잘못됐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의회 관계자는 “2번이나 확인과정을 거쳤다”며 “데니스는 분명히 한표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런 일을 믿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결과는 나왔고, 선거법 아래에서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켄트 온라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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