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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저가공세에… "거래처 끊길라" 눈물의 수출

입력 : 2015-05-26 19:12:57 수정 : 2015-05-26 2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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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초비상
선박용 엔진 부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전북의 A기업 관계자는 “엔저 이후 일본 조선사들이 우리보다 자국의 협력업체로 거래선을 갈아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본 조선사가 과거만 해도 1㎏당 2달러였던 가격을 몇 달 전에는 1.7달러, 지금은 1.3달러까지 깎으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기계를 만들어 온 충남의 B기업도 저렴해진 일본산 기계와 경쟁하느라 수출 전선에서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대형장비 입찰 때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최근 수출물량은 과거 2∼3년과 비교할 때 20%가량 줄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출 가격을 낮추는 기업도 속출한다. 사진용 화학제품을 만들어 수출 중인 광주의 C기업은 “엔저로 일본에는 거래처 유지를 위해 마진 없이 팔고 있고, 다른 시장에서는 거래처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20%가량의 수출 감소를 겪고 내린 결론은 5% 가격 인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환율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일본이 지난 수년간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 데 이어 유로존이 26일 예고 없는 ‘자산매입 일시 확대’ 정책으로 유로화 절하를 다시 유도했다.

그동안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등을 늘려온 대표적인 두 경제권이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여서 일본의 추가 엔화 가치 절하 조치가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들이 꾸준히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 홀로 원고’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가장 위협적인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은 최근 3∼4년 사이 자국 통화 가치를 40% 가까이 떨어뜨렸다. 일본을 장기 침체에 빠뜨린 엔고 기조를 포기하고 수출을 확대하려는 ‘아베노믹스’의 대표 정책이다. 또 그 피해는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기업들이 감내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에 수출 중이거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수출기업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5.7%가 엔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저 쇼크에 대부분(69.7%)의 수출 기업이 무방비인 게 더 큰 문제다. 다른 경제권과의 경쟁에 의해 엔저 현상은 더욱 심화할 태세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엔저가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과거 엔고시대를 이겨낸 일본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고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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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러시아 수출전선에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루블화 약세 영향으로 러시아 수출이 급감했다. 루블화 약세로 차값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기도 했지만, 현금 확보를 위해 돈을 안 쓰다 보니 경기가 침체하면서 전반적으로 차량 소비가 급감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러시아에 4500여대를 수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만4000여대) 대비 32% 수준이다. 기아차도 지난해보다 70% 삭감한 물량만 러시아로 수출했다. 쌍용차도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지난달에 41.1%나 급락한 1만6059대를 수출했다.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원성도 터져나온다. 원화 가치도 절하하라는 얘기다. 위성방송 관련 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기업들이 잘못한 게 아니고 외부적인 요인으로 피해가 어마어마한 만큼 정부는 환율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업용 밸브를 수출하는 회사 대표는 “일본은 물론 유럽과 미국도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양적완화 등 적극적인 환율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는 “잘못된 역사관으로 아베 총리가 욕을 먹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밀어붙이는 능력을 높게 평가해 인기가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정재영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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