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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혈구지도(絜矩之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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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7 21:33:51 수정 : 2015-05-27 21: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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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든 성공을 거둔 이들은 다르다. 인내심, 추진력, 포용력, 예지력 등 여러 덕목을 두루 갖췄다.

유형은 다양하다. 순종형, 주도형, 분석형, 맞춤형 등이 있다. 순종형은 상사의 지시를 잘 따르는 유형이고, 주도형은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유형이다, 분석형은 매사에 일을 잘 분석해서 진행해 나간다.

상황에 따라 여러 유형들이 필요하지만 맞춤형을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꼽는다. 명령이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헤아리면서 효과적으로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결과를 얻기 때문이다.

이른바 ‘혈구지도(絜矩之道)’다. 내 마음을 잣대 삼아 남의 마음을 재고, 내 처지를 생각해서 남의 입장를 헤아린다는 뜻이다. ‘대학’ 마지막 장은 ‘혈구지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윗사람이 내게 해서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하지 말고, 아랫사람이 내게 해서 싫어하는 바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않는다. 오른편에서 싫어하는 것을 왼편에 건네지 않고, 왼편에서 싫어하는 바를 오른편에 건네지 말아야 한다. 이를 일러 혈구지도라 한다(所惡於上毋以使下 所惡於下毋以事上 所惡於右毋以交於左 所惡於左毋以交於右 此之謂?矩之道).”

자기 마음을 미루어 보아 남에게도 그렇게 대하거나 행한다는 뜻으로, ‘제 배 부르면 남의 배고픈 줄 모른다’는 속담과 상반된 뜻이나 일맥상통한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경공(景公)은 따뜻한 방안에서 여우 털로 만든 옷을 입고 바깥에 쌓인 많은 눈을 보며 재상인 안자(晏子)에게 말했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렸지만 마치 봄 날씨처럼 따뜻한 게 조금도 춥지 않아.” 안자가 정색하며 말했다. “옛날의 현명한 군주들은 자기가 배불리 먹으면 누군가가 굶주리지 않을까를 생각하고(自己吃飽了要去想想還有人餓著), 자기가 따뜻한 옷을 입으면 누군가가 얼어 죽지 않을까를 걱정했습니다(自己穿暖了還有人凍著).”라고 고했다. 이에 경공은 뉘우치고 백성 살피기에 힘썼다고 한다. 위정자와 ‘갑질’을 일삼는 이들이 배려와 포용의 덕목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絜矩之道 : ‘내 처지를 생각해서 남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뜻.

絜 잴 혈, 矩 모날 구, 之 어조사 지, 道 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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