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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감당이…" 수의사 처방제 '유명무실'

입력 : 2015-05-29 19:52:24 수정 : 2015-05-30 10: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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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약 쓰는지도 모르고 병원마다 약값 제각각 “‘카미’와 계속 함께하고 싶었지만 약값을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키우던 강아지 ‘카미’를 지난해 하늘나라로 보낸 남모(26·여)씨는 아직도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남씨는 29일 “심장병이 걸린 카미의 2주치 약값이 10만원이 넘어가는 바람에 어느순간부터는 아파하는 카미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면서 “카미와 함께 키우던 강아지 ‘꼬맹이’도 요즘 병원에 다니는데 동물병원마다 약값이 다르고 무슨 약을 처방해주는지도 알기가 어려워 답답하다”고 말했다.

사진 = `삼시세끼` 산체
동물병원 진료 후 보호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해 주는 ‘수의사 처방제’가 2013년 도입됐지만 반려동물 진료에 대한 처방전 발행건수가 낮아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수의사 처방제는 정부가 지정한 97개 의약성분, 1000여종류의 의약품에 대해 처방시 보호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한 제도다. 처방전을 받은 보호자는 병원에서 약을 직접 받거나 처방전을 가지고 동물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동물병원이 처방전 발행 여부를 묻지 않고 비싼 가격의 조제 약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처방전을 발행해달라고 요구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수의사 처방제가 시행된 2013년 8월부터 1년간 서울시내 880곳의 동물병원에서 발급한 광견병 백신 전자처방전은 6건에 불과하다.

대한동물약국협회 임진형 회장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발급해주지 않는 이유는 동물용 의약품에 인체용 의약품을 섞어 팔기 때문”이라며 “동물용 의약품에 대해서만 처방전을 발행하게 돼 있고 인체용 의약품이 섞이면 (처방전)발행 의무가 사라지는게 이 법의 맹점”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병원에서 10만원씩 하는 심장병 약도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면 2주치를 2만∼3만원에 살 수 있다”며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약을 파는 일부 동물병원이 처방전 발행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에게 어떤 약을 쓰는지 알고싶어 먼 거리를 감수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동물병원을 찾아다니는 형편이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고모(27·여)씨는 주거지인 용산에서 마땅한 동물병원을 찾지 못해 방배동까지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다.

고씨는 “예전에 동네 동물병원에서 강아지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떤주사를 맞았는지, 탈수억제제를 어느 간격으로 맞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고 80여만원을 통째로 내라고 하더라”며 “지금 다니고 있는 동물병원은 진료 후 강아지에게 어떤 성분의 약물을 쓰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고 약값도 합리적이라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소·돼지같은 가축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에 쓰이는 약은 동물용의약품보다 인체용의약품이 쓰이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 법적으로 처방전을 발행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인체용 의약품을 병원에 들여올 때 도매상이 아닌 소매약국에서 사오다 보니 가격이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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