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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뚜벅뚜벅' 분단의 아픔과 평화를 생각하다

입력 : 2015-06-19 10:00:00 수정 : 2015-06-1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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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 시·군…DMZ 따라 191㎞ 트레킹코스 조성…전쟁의 아픔과 역사 고스란히 간직…자연·평화·생명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분단된 우리 땅의 현실을 마주하며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소나기를 맞고, 가을에는 추수의 결실 앞에서

기꺼이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길이 있다. 발길이 닿지 않던 산과 들과 바다의 풍경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곳,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이어진 ‘평화누리길’이다. 세계 유일의 냉전에 의한 분단 국가라는 ‘슬픈 역사’가 녹아있어 ‘평화누리길’로 이름 붙여진 이 길은, 전후 세대들에게는 분단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길이자 전쟁 세대들에게는치유화 평화를 갈망하게 하는 공간이다. 평화누리길은 2010년 5월 8일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접경지역인 김포와 고양, 파주시, 연천군 등 4개 시·군의 DMZ를 따라 걷도록 조성했다. 전체 길이 191㎞에 12개 테마코스

(김포3, 고양2, 파주4, 연천 3코스)로 구성됐다. 코스마다 길이는 약 15㎞이며,4∼5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평화누리길 들머리인 1코스 대명항 출발지
# 등잔 밑 감춰졌던 땅 김포 평화누리길


일반인에게 김포는 옛 역사의 현장인 강화를 찾아가는 길목쯤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실제로는 5000년의 농경역사와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김포 염하강 철책길
31㎞의 김포 평화누리길 가운데 1코스는 14㎞의 ‘염하강 철책길’이다. 평화누리길 들머리인 ‘대명항’에서 시작해 ‘김포의 금강’이라 불리는 문수산성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수도권에서 유일한 김포함상공원이 있다. 

김포 함상공원의 모습
함상공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상륙작전에 참여했던 연합군 함정을 우리 해병이 인계해 베트남전과 국내 낙도 봉사활동에 활용한 ‘운봉함’이란 함정 위에 체험장 등을 조성했다. 

김포 염하강 철책길
2코스는 문수산성 남문에서 시작해 ‘철탑’ 사건으로 유명한 애기봉까지 이어지는 조강철책길 8㎞ 구간인데, 남과 북이 맞닿은 민간인 통제구역을 품고 있다. 조강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가 돼 도도히 흘러온 한강과 한탕강물을 이끌고 온 임진강이 합쳐지는 할아버지(祖) 강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3코스는 아직도 긴장감이 도는 애기봉전망대 입구의 ‘가금’ 마을에서 전류리 포구까지 철책의 긴장감과 나루터의 평화, 평야의 풍요로움이 어우러진 17㎞의 ‘한강 철책길’이다. 

일산 호수공원내 메타세콰이어 길
# ‘역사와 미래’가 만나는 땅 고양 평화누리길

34.1㎞의 고양 평화누리길은 행주나루∼호수공원의 11㎞와 행주대교 북단∼호수로 삼거리의 평화누리길 4코스와 호수공원∼파주 출판도시에 이르는 13㎞의 5코스가 이어져 있다. 행주나루는 임진왜란 3대 대첩중 하나인 행주산성 앞에 자리한 곳으로, 권율 장군과 관련된 각종 유물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지난한 철책길이 계속되고 이어지는 지루한 듯한 농로 끝에 호수공원이 여행객을 반긴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이채로운 호수공원 선인장 전시관에서 시작하는 5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킨텍스와 심학산이다. 국내 MICE 산업과 신한류관광의 중심지인 킨텍스 앞에는 500여가지의 물줄기 쇼를 보이는 지름 50m 규모의 노래하는 분수대도 만날수 있다. 

파주 로하스 파크 전경
# 아름다운 어울림의 공간 파주 평화누리길


평화누리길 가운데 가장 긴 61㎞의 파주 평화누리길은 10∼21㎞의 4개 코스가 이어진다. 6코스가 시작되는 파주 출판도시는 책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만든 책과 이색적인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공간이다. 예술감각이 뛰어난 한 곳을 잡아 책을 읽는 여유로움을 가진 뒤 발걸음을 옮기면 북한 땅을 지근에서 볼 수 있는 ‘오두산’ 전망대를 지나 ‘장단콩’ 마을로 유명한 탄현면 성동사거리가 나온다. 장단콩 마을에서 시작하는 21㎞의 7코스는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파주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간인 ‘헤이리’ 마을이 있다. 7코스 끝이자 8코스 시작은 임진강변 작은 봉우리에 세워진 반구정이다. 반구정은 조선조의 청백리 재상으로 꼽히는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이곳에서 8코스 끝이자 율곡 이이가 풍류를 즐기던 화석정까지 13㎞는 임진강과 농촌의 들판, 야산이 정겹게 펼쳐지는 공간으로 대자연의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황포돛배로 유명한 ‘두지나루’까지 이어지는 17㎞의 9코스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위를 걸을 수 있다.

연천 임진적벽길
# 자연·평화·생명이 공존하는 땅 연천 평화누리길

연천은 오랫동안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땅이었다. 10∼12코스까지 3개 코스로 나뉘는 데, 연천군 백학면 두지리 임진강 장남교에서 시작하는 10코스는 고려 왕조의 사당인 ‘숭의전지’까지 24㎞로 가장 길다.

임진강의 맑은 물길과 장승길, 돌담길로 유명한 학곡리까지 아기자기한 길이다. 숭의전지에서 시작하는 19㎞의 11코스는 ‘임진적벽길’로 불리는데, 대립 중인 한민족의 허리춤 DMZ 중심을 걷는 길이다.

군남저수지에서 신탄리역까지 24㎞ 구간이 평화누리길 마지막인 12코스로 평화누루길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에서 ‘통일이음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끊어진 기찻길과 연천이 특산물 율무밭길, 바로 옆에서 깜짝놀라 튀어나가는 고라니 등 전쟁이 가둔 시간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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