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성토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메르스 무능과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이라는 이름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메르스와 가뭄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외면한 채 한국 정치를 악성 전염병에 감염시켜버렸다”며 “국회법 거부권 행사는 정부 무능에 대한 책임 면피용이자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또 “(메르스 사태에서) 비밀주의로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작동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1800자에 달하는 호소문은 문 대표 취임 후 발표한 정부·여당 비판 성명 중 가장 길었다. 앞서 문 대표는 최고위원과 4선 이상 중진의원의 연석회의를 소집해 자문을 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영식 의원(왼쪽)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재문기자 |
‘투톱’이 저마다 강경 투쟁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직 인선을 둘러싼 앙금이 남아 ‘위태로운 공조’라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최고위원회의 불참을 선언했던 이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최고위에 참석했지만 이날 연석회의엔 비공개 전환 뒤에야 회의장에 들어섰다. 전날 심야에도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가 따로 회의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당내 엇박자가 계속되자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문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독단적이고 정치를 버렸다면서 비판했는데, 본인은 자유로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표절시비를 일으킨 신경숙 소설가와 박 대통령, 문 대표가 모두 닮았다. 스스로 화를 키우고 있는데 본인들만 모른다”며 “신 작가는 독자들을, 박 대통령은 국민을, 문 대표는 당원과 의원들을 얕잡아 보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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