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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 돌보던 50대 가장 음주차량에 치여 숨져

입력 : 2015-07-01 21:45:04 수정 : 2015-07-01 21: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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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으면서 4남매를 돌보던 50대 가장이 경운기로 기말시험 준비를 하던 딸의 귀가를 돕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받혀 숨졌다. 함께 탔던 딸도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1일 충북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오후 9시 20분쯤 옥천군 청산면 청산대교 부근 도로에서 윤모(52)씨가 몰던 1t 화물차량이 앞서가던 김모(58) 씨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김 씨가 숨지고, 경운기 적재함에 타고 있던 딸(14·중학교 1학년)이 크게 다쳐 대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비가 내리는 도로에서 화물차량이 앞서가던 경운기를 발견하지 못해 일어났다. 화물차량을 몰던 윤 씨는 직장 동료 송별식에 참석해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이었고, 혈중 알코올농도 0.24%의 만취상태였다.

숨진 김 씨는 마흔셋의 늦은 나이에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2남 2녀를 둔 가장이다. 다친 딸이 맏이고, 막내는 아직 유치원에 다닌다. 김 씨의 아내는 몇 해 전 취직을 하겠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고된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밥을 짓고 빨래와 청소까지 하면서 자녀를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도 김 씨는 밤까지 학교에 남아 기말시험을 준비하던 딸을 데리고 오던 중이었다.

김 씨의 동생(55)은 “늦은 나이에 결혼한 형이 조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며“사고가 난 날도 조카가 비 맞을 것을 우려해 경운기를 몰고 마중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상을 입은 김 씨의 딸도 아빠를 도와 동생을 살뜰하게 챙겨주던 효녀였다. 그녀의 담임교사는 “(다친 학생이) 엄마 대신 3명의 동생을 돌보는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명랑하게 친구들과 어울렸고, 공부도 제법 잘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의 자녀 셋은 팔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김 씨의 동생은 “어머니도 고혈압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걱정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윤 씨를 조사한 뒤 특가법상의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청주=김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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