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충북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오후 9시 20분쯤 옥천군 청산면 청산대교 부근 도로에서 윤모(52)씨가 몰던 1t 화물차량이 앞서가던 김모(58) 씨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김 씨가 숨지고, 경운기 적재함에 타고 있던 딸(14·중학교 1학년)이 크게 다쳐 대전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비가 내리는 도로에서 화물차량이 앞서가던 경운기를 발견하지 못해 일어났다. 화물차량을 몰던 윤 씨는 직장 동료 송별식에 참석해 술을 마신 뒤 귀가하던 중이었고, 혈중 알코올농도 0.24%의 만취상태였다.
숨진 김 씨는 마흔셋의 늦은 나이에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2남 2녀를 둔 가장이다. 다친 딸이 맏이고, 막내는 아직 유치원에 다닌다. 김 씨의 아내는 몇 해 전 취직을 하겠다며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고된 농사를 지으면서도 틈틈이 밥을 짓고 빨래와 청소까지 하면서 자녀를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도 김 씨는 밤까지 학교에 남아 기말시험을 준비하던 딸을 데리고 오던 중이었다.
김 씨의 동생(55)은 “늦은 나이에 결혼한 형이 조카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며“사고가 난 날도 조카가 비 맞을 것을 우려해 경운기를 몰고 마중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상을 입은 김 씨의 딸도 아빠를 도와 동생을 살뜰하게 챙겨주던 효녀였다. 그녀의 담임교사는 “(다친 학생이) 엄마 대신 3명의 동생을 돌보는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명랑하게 친구들과 어울렸고, 공부도 제법 잘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씨의 자녀 셋은 팔순을 훌쩍 넘긴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김 씨의 동생은 “어머니도 고혈압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걱정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윤 씨를 조사한 뒤 특가법상의 위험운전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청주=김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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