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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관객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뮤지션들에게 선사하는 열렬한 호응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은 내한 뒤 한국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과 이벤트, 떼창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놀라워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관객들은 해외 뮤지션들을 다시 한 번 한국을 찾고 싶게 하는 열정적인 관객 문화를 자랑한다.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락 페스티벌이 열린다. 대한민국 3대 락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 ▲안산 M밸리 락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는 7월 말~8월 초에 앞서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이들의 공연 라인업은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충분하다. 특히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는 대한민국 락 음악의 태동 한 가운데 있던 '김창완', '서태지'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2014년 우리 마음 속 '불멸의 마왕'이 된 '故 신해철'의 추모무대도 열린다.
락 페스티벌은 락에 관심이 없거나 처음 참석한 관객들도 모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축제다. 하지만 라인업을 미리 확인한 후 그들의 노래를 미리 익히고 간다면 그 즐거움은 열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락 페스티벌 출연자 중 한국 가요계 역사를 써내려갔던 세 가수의 음악들을 살펴봤다.
2009 타임투락 페스티벌(TIME TO ROCK FESTIVAL) 무대에 오른 김창완 밴드 |
1970년대, 서울대 잠사학과 출신 김창완은 길었던 백수생활동안 그는 방구석에서 일기 쓰듯 만든 곡으로 두 동생(김창훈·김창익)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것이 한국 록음악의 밑거름이 된 밴드 '산울림'의 전설적인 태동이었다.
이후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뽑아냈다. 당시 많은 이들은 산울림의 노래에 대해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음악"이라며 열광했다. 현재까지도 많은 대중들이 산울림의 음악을 사랑했던 이유로는 '독창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산울림의 명곡으로 꼽히는 '너의 의미'가 젊은 가수 아이유를 통해 리메이크 돼 수차례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는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로 인정받게 됐다.
전설적인 밴드 산울림을 계승한 '김창완 밴드'는 인천 펜타포트 이외에도 앞서 6월20~21일 양일간 열렸던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5' 등에 참가하기도 했다. 김창완은 꾸준히 공연 참여를 통해 현직 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008년 ETPFest 무대에 올랐을 당시 서태지 / 사진=서태지컴퍼니 제공 |
서태지는 ▲문화대통령 ▲신비주의의 아이콘 ▲연예인들의 연예인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음악인이다.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 시절의 음악들은 차치하고, 최근까지도 가수 아이유와 각자의 버전으로 부른 신스팝 '소격동', 은유와 비유로 교묘하게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Christmalo.win(크리스말로윈)' 등 그만의 음악 스타일로 독보적인 뮤지션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룹 '시나위'의 베이시스트 출신 서태지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본격적으로 락 뮤지션으로 활동을 재개한 것은 6집 앨범 '울트라맨이야'를 발매한 2000년부터다. 은퇴 선언 후 4년 7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선보인 이 앨범은 당시 일일 판매량 90만장이라는 기록과 함께 14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6집 앨범에는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뉴 메탈 장르의 곡들이 수록돼 화제가 됐으며, 이후 ETPFEST(이하 ETP)라는 대규모 도심형 락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한다.
2001년 서태지와 서태지컴퍼니에 의해 첫 개최된 ETP는 한국 음악팬들에게 '락 페스티벌'의 개념을 대중화시킨 선구자격에 해당하는 상징적인 도심형 대규모 야외공연이다. ETP는 특히 서태지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음향효과에 특히나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TP에 초대됐던 유명 해외가수들이 모두 입을 모아 사운드의 완벽함을 추켜세웠을 정도. 하지만 2009년을 끝으로 2015년 현재까지 ETP는 개최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직접 개최하는 ETP 이외에 다른 락 페스티벌에는 참가하지 않는 서태지이기에 이번 출연 결정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2일차 헤드라이너로 나서게 된 서태지의 예상 셋리스트로 언급되는 곡은 ▲울트라맨이야 ▲오렌지 ▲크리스말로윈 등이 있다. 하지만 항상 락 페스티벌에서 기존 곡을 새롭게 편곡해 선보여 관객들을 즐겁게 했던 서태지이기에 그가 또 어떤 놀라운 편곡을 한 곡을 들고 오게 될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2009 타임투락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당시 신해철 |
故 신해철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직접 작사, 작곡한 '그대에게'를 불러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후 밴드 '무한궤도'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으며 솔로가수로 활동하다가 '넥스트'라는 밴드그룹을 결성했다. 밴드와 솔로를 오가며 한곳에 묶여있지 않은 종횡무진의 음악 인생을 거치며 ▲인형의 기사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일상으로의 초대 등 주옥같은 명곡을 발표했다. 신해철의 노랫말은 사색적이고 철학적이었고, 그는 대중성과 실험성을 놓치지 않는 창의적인 음악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번만 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2014년 10월27일. 살아생전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노래라던 '민물장어의 꿈'이 흘러나왔고, 그는 떠났다. 목청껏 외치던 그의 목소리도, 그의 독설도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대에게'는 현재까지도 대학축제와 스포츠 경기장에서 대표적인 응원곡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또 대중은 죽은 병아리를 그리며 '날아라 병아리'란 노래를 부르고 병아리 '얄리' 이름만 들어도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번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열릴 신해철 추모 무대에서는 넥스트 출신 기타 김세황, 베이스 김영석, 드럼 이수용과 함께 여럿 후배 가수들이 신해철의 보컬 자리를 대신해 신해철의 음악인생 전반을 팬들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 무더위엔 더욱 뜨거운 '락'과 함께
김창완, 서태지, 신해철.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던 전설들이다. 또한 이들의 음악은 물론이고, 올 여름 개최될 다양한 뮤직페스티벌들은 해외 유명 가수들의 음악도 함께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울부짖는 기타의 리프 속에, 심장을 보채는 드럼 비트에 몸을 맡기고 음악 속에 빠져 올 여름 더위를 물리쳐보자.
라이프팀 차주화·장유진 기자 cici0608@segye.com
<남성뉴스>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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