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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구

장암저수지에
더위 먹은 산이 자맥질합니다
유년의 알몸이 보이는 장암저수지
긴 목의 왜가리 한 마리 제 그림자를 빠트립니다
수문은 열려서 물 빠지는 소리 촬, 촬, 촬,
물에게도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산은 짐승만이 아니라 사람도 가둡니다
자유롭게 풀어놓은 산짐승 같은 사람들이나
산짐승보다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우르르 저수지에 투항합니다
산도 매미 소리를 끌어안고 첨벙첨벙
한낮 더위를 식힙니다
패랭이 개망초 흐드러지게 피어
웃고 웃다가 쓰러지는 벌건 대낮입니다

-신작시집 ‘아내의 섬’(문학의 전당)에서

◆ 박정구 시인 약력

▲전남 신안군 도초섬 출생 ▲1995년 ‘문학과의식’ 신인상 수상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떠도는 섬’‘섬 같은 산이 되어’, 산문집 ‘설악에서 한라까지’‘백두가 한라에게’ 등 ▲(사)고양예총 회장 ▲한하운문학상, 경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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