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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날리던 폐채석장이 문화예술의 별천지로

입력 : 2015-07-24 06:12:41 수정 : 2015-07-24 06: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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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화강암 채석장 155억 투입
2009년 친자연적 예술공원 재탄생
거대한 석벽과 호수 어우러져 장관
절벽 마주한 공연장엔 문화행사 풍성
경기북부 유일 천문대선 우주탐험
모노레일을 타고 천문대로 가 신비한 우주세계를 탐험하고 그림 같은 호수 위에서 다양한 공연을 관람한다. 에메랄드빛 돌웅덩이 호수에는 버들치가 자유로이 노닐고, 숲속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하느라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화강암 벽을 배경으로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푸른 숲과 하늘 빛의 아름다운 주변을 바라보며 메모지에 적은 소원을 빌어볼 수 있는 곳. 하루 평균 1300명이 찾는 경기도 포천 ‘아트밸리’의 풍경이다.
포천 아트밸리 전경

◆사고의 전환으로 시작한 포천아트밸리

산속 별천지 같은 매력을 품은 문화예술교육의 복합공간 포천아트밸리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돌을 캐다 문을 닫은 폐채석장이었다. 포천은 국내의 대표적 화강암 생산지다. 아트밸리가 위치한 해발 424m의 천주산도 1960년대부터 화강암을 캐는 채석광이었다.

지역명을 따 신북채석장이란 이름으로 불린 이곳에서 생산된 화강암은 재질이 단단하고 아름다워 국내 대표적인 건축자재로 많이 쓰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돌은 청와대 영빈관의 돌기둥뿐 아니라 국회의사당과 대법원, 경찰청, 인천공항, 세종문화회관 등 우리나라 주요 건축물에 사용됐다. 1990년대 이후 양질의 화강석 생산량이 감소되면서 30여년간 운영되던 이 채석장은 문을 닫았고, 천주산은 기지리 마을로 내려오는 계곡을 중심으로 온통 파헤쳐지고 돌이 널부러진 채 10년간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채 방치됐다. 예산 마련 등 복구계획이 논의될 때 포천시 직원들이 도로변과 가깝고 화강암 직벽이 남아 있는 이곳의 특성을 살려 재활용하자는 방안을 냈다. 지역 예술인들을 만나 수십 차례 논의한 끝에 포천시는 이곳을 폐채석장의 장점을 살린 친자연적 문화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트밸리 내 천주호 전경.

◆폐채석장이 경기북부 랜드마크로

‘우려 반, 기대 반’으로 도박과 같았던 이 발상의 전환은 상급기관인 경기도와 정부로부터 대표적 지역특화산업으로 선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시는 2003년 폐채석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지역특화사업’으로 경기도에 신청해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후 2008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지역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까지 지원받는 준국가적 사업으로 승격했다.

시는 제1단계 사업으로 2005∼2008년 도비와 시비 155억원을 투입해 부지 매입과 진입로 개설, 전시관 건축, 공원 조성 등 기반 조성 사업을 마무리한 뒤 호수를 중심한 야외공연장 2곳과 이벤트 광장, 전시관, 전망대 등을 설치하고 2009년 10월24일 ‘아트밸리’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아트밸리는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다. 2단계 사업으로 2011년까지 국도비 53억원을 들여 계곡 정비사업과 교육문화센터 건립을 마치고, 제3단계 사업으로 지난해 8월 기존 전시관을 리모델링해 교육시설이자 첨단기술이 접합된 경기북부 유일의 천문과학관을 열었다.

또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이 직접 소품들을 만들어 곳곳에 설치했다. 공연장 잔디밭의 나무의자나 통행로 곳곳에 설치된 판넬로 된 수십여점의 조각품 모두가 직원들이 직접 제작해 설치한 소품들이다. 파헤쳐지고 황폐화됐던 불모지가 아름다운 예술공간으로 바뀐 데다 직원들의 정성에 힙입어 포천아트밸리는 2014년 한 해 동안 38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등 경기북부의 대표적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100여명의 직접적인 고용과 한 해 8억원의 입장료 수입 등 연간 405억원의 경제적 효과까지 보이는 ‘효자’의 면모까지 갖췄다.
관람객들이 아트밸리 내 천체투영실에서 천장에 투영된 4D 스크린을 감상하고 있다.

◆아름다운 시설에서 최첨단 천문대까지

포천아트밸리는 포천시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에 위치한 17만8357㎡의 폐채석장 부지 가운데 9만9000㎡ 규모로 조성됐으며 체험의 장, 치유의 장, 공생의 장, 만남의 장 등 테마별로 꾸며 있다. 이들 공간에는 관람·편의·문화 3개 분야로 나뉘어 시설물이 설치됐다. 대표적 시설물로는 천주호와 천문과학관, 모노레일, 공연장, 교육전시센터 등이다.

천주호는 포천아트밸리를 있게 한 핵심 공간으로 해발 380m 높이에서 돌을 캐느라 만들어진 돌웅덩이에 지하수와 빗물이 고여 만들어졌다. 7040㎡ 넓이에 최고 깊이 25m의 이 호수는 좌우에 우뚝 선 50m 높이의 화강암 수직 절벽 사이에 있어 절경을 이룬다. 수질은 1급수로 도룡뇽, 가재, 다슬기, 버들치 등이 산다.

연면적 1926.81㎡에 3층 규모인 천문과학관은 3개의 전시실과 4D천체투영관, 천체관측실로 돼 있다. 이곳에서는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을 코앞에서 보듯 선명히 관찰하고 4D 입체영상을 통해 대우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203㎜ 굴절망원경과 직경 400㎜의 반사망원경 등 6대의 최첨단 천체망원경으로 우주의 아름다운 별자리도 볼 수 있다.

매표소에서 전시관까지 420m 보행로에는 두 량짜리(100석 규모) 친환경 모노레일이 설치됐는데, 5분간 운행 중 펼쳐지는 계곡 암벽의 파노라마가 장관이다. 전시관 인근 40m 높이의 화강암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대공연장은 1510㎡ 면적에 4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규모로 4∼10월 주말 일반 밴드공연은 물론 국악과 비보이, 마술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이 연간 100회 이상 펼쳐지는 곳이다. 천주호와 수직벽을 배경으로 설치돼 그림 같은 무대를 연출하는 소공연장은 300명이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는 수상공연장으로 소리울림 현상을 이용한 특별한 공연도 가능하다. 이밖에 포천아트밸리 입구의 돌문화 홍보전시관과 모노레일이 닿는 교육전시센터, 조각공원, 아트밸리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하늘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포천=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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