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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 잔혹한 통치자인가 中 근대화 이끈 혁명가인가

입력 : 2015-07-25 10:00:00 수정 : 2015-07-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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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융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1만4800원
서태후-현대 중국의 기초를 만든 통치자/장융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1만4800원


한나라 여후, 당나라 측천무후와 함께 중국의 3대 악녀, 야망으로 가득 찬 후궁, 권모술수로 국가를 쥐락펴락한 독재자…. 청나라의 마지막 권력자 자희 황태후(서태후)에 대한 평가들이다.

서태후는 이처럼 나쁜 이미지로 인식돼 왔다. 서태후는 서쪽 별궁에 머문다 해서 후세 중국 사가들이 붙힌 명칭이다. 그러나 서태후가 죽은 지 3년 만에 청나라는 산산조각 났고 군벌들의 난립으로 국민들은 도탄에 빠졌다.

중국인 여성 작가 장융이 쓴 ‘서태후’는 야사와 정치적 암투 중심의 서태후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의 진짜 모습을 복원한다. 쓰촨성 첫 해외 유학생으로 영국에서 공부하고 영국인이 된 저자는 ‘대륙의 딸’ ‘마오’를 써서 이름을 알린 작가이다.

“지난 100년은 서태후에게 매우 부당한 시기였다. 서태후는 폭정을 거듭한 사악한 인물이거나 아니면 절망적으로 무능력한 인물로 평가되었다. 혹은 그 둘 모두이기도 했다. 서태후의 업적 중 일부분만이 인정되었는데, 그나마 그 공은 언제나 그녀의 부하 몫으로 돌아갔다. 이는 대체로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에 광서제의 이름으로만 통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서태후의 정확한 역할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풍문만 무성했고 거짓말은 더욱 확산되었지만 사람들은 이를 믿었다.”

저자는 서태후가 1908년 사망할 때까지 47년간 중국 개혁을 가로막는 거대 귀족 기득권층과 어떻게 싸웠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 그가 완고한 보수파이고 잔인한 전제적 통치자라는 통설을 뒤집는다. 예컨대 서태후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정적을 살해했다지만 그 숫자가 수십명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정적들은 여성인 서태후를 얕잡아보고 암살하려 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들 동치제와 동태후를 독살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다. 동치제는 문란함으로 인해 매독에 걸렸거나 아니면 당시 유행한 천연두가 사인일 것이고, 동태후는 의료 기록에 따르면 뇌출혈 때문에 죽었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태후는 10대 시절부터 친한 친구이자 20여년을 함께했던 동반자로서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고 덧붙인다. 이처럼 서태후에 대한 중상과 비방은 분명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퍼져 갔다는 것이다. 펄 벅도 “서태후를 증오하는 이들이 그녀를 사랑하는 이들보다 목소리가 더 컸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태평천국운동과 의화단운동, 서구 열강 및 일본과의 전쟁 등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온 강인한 통치자의 면모나 개혁 군주로서의 서태후의 업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다른 서양식 개혁은 차치하고라도 1000여년간 지속된 여성 전족 폐지, 노비제 폐지, 억압적 관습 철폐는 서태후 같은 강력한 통치자만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서태후의 바람대로 입헌군주제가 도입됐다면 내전과 군벌들의 난립도 막을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한 것도 여성이라는 한계와 함께 황제 뒤에서 통치하려다 보니 국민의 지지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한다. 사실상 현재의 중국 사회체제와 강역은 대부분 서태후 통치 당시 골격이 짜여졌다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서태후는 16세에 함풍제의 후궁 중 한 명으로 선택된다. 불과 10년 사이에 황제의 제1후궁 지위에 올랐다. 1861년 함풍제가 죽고 아들 동치제, 조카 광서제가 뒤를 이으면서 중국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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