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동모델·아역배우 부모들에 따르면 모델 대행사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임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제대로 된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촬영부터 진행하다 보니 법적 대응도 못하고 있다. 상당수 부모는 연예계에 자식을 진출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장하지 않고 있다.
아역배우 A(8)군은 지난해 8월 한 라디오의 시안광고 3건을 녹음하고 6만원을 받았다. 당시 아역배우 중개업체는 “10만원 중에서 수수료로 30%와 세금으로 일부를 떼고 받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액이 적다고 생각한 A군의 어머니는 직접 프로덕션에 임금을 문의했더니, 담당자는 “건당 10만원으로 3건에 대해 30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중개업체에서 돈을 착복한 것을 깨달은 A군의 어머니는 화가 났지만 달리 손쓸 방도가 없었다. A군의 어머니는 “대개 아동모델들은 광고업체에서 섭외 부탁을 받은 ‘아동모델 중개업체’를 통해서 계약을 하는데, 제대로 된 계약서를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얼마를 받는지도 모른다”며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섭외가 안 들어올까봐 일단 ‘열정페이’라고 생각하고 뭐든 닥치는 대로 찍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아역배우 B(12)군의 어머니도 “계약서는 대부분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모델료는 중개업체에서 주는 대로 받는 게 관행”이라며 “원래 모델료가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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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이러한 행위를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중개업소는 많지 않다.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에는 한 유명 연예기획사가 아역배우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해당 기획사 대표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 기획사는 공정위에 출연료 미지급 사유도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징계를 결정하면 문화체육관광부 명의로 경고장을 내보낸다”며 “경고장을 받고도 계속해서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처에서 피해자 1명당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는 법규들이 있고, 아직 구체적인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 관련 내용들을 검토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시정조치 등을 권고할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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