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호텔 B사는 여름철 성수기에 필요한 인력을 정식 직원이 아닌 현장실습생 등 인턴으로 충원했다. 이 호텔 인턴은 일반근로자와 동일하게 야간근로와 연장근로도 했지만 서면근로계약서도 체결하지 않고 업무를 해야 했다. 전체 근로자의 70%가 인턴으로 채워질 때도 있었지만, 인턴이 받은 월급은 고작 30만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3일 OECD의 ‘고용 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최저임금 이하 소득 노동자 비율은 14.7%(2013년 기준)로 조사대상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회원국 20개국의 최저임금 이하 소득 노동자 비율은 평균 5.5%였고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4.3%, 6.7%였다.
시간제 노동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최저임금 이하 소득 노동자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일본과 한국의 정규직 중위임금(임금 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비슷하지만 최저임금 이하의 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의 비중은 현저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뉴질랜드에서도 이 같은 노동자 비중은 2.5%에 그쳤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국가는 발트해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다. 라트비아의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비중은 14.2%(2010년 기준)로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도 룩셈부르크(12.3%), 네덜란드(9%), 영국(8.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위반해도 ‘솜방망이 처벌’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어긴 기업들은 처벌을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232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0.5% 늘었다.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는 2012년 3월 173만1000명, 2013년 3월 208만6000명, 2014년 3월 231만5000명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기업들을 제재한 경우는 극히 미미하다. 2012∼2014년 총 1만6777건의 최저임금법 위반건수 중 검찰 고발 등 사법처리 건수는 고작 34건에 불과했다.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도 14건이었다. 둘을 합쳐도 제재건수는 전체 위반건수의 0.3%에 불과하다. 기업 입장에선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되더라도 근로자에게 미지급한 임금을 주는 ‘시정조치’만 하면 돼 이렇다 할 불이익이 없는 셈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법 위반으로 걸려도 시정조치만 하면 그만인데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려 하겠느냐”며 “최저임금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올해 3∼5월 주요 공단의 근로자 파견 및 사용 사업체 1008개를 대상으로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근로감독을 한 결과 76.5%인 771개소에서 1769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처벌 수위는 역시 미약했다.
형사처벌과 과태료 부과는 각각 61건, 16건에 불과했다. 228건은 영업정지와 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렸고, 나머지 1464건은 시정명령을 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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